본문 바로가기
쏘냥의 클래식 칼럼/리뷰 [책 속의 클래식]

리뷰 4월호 - 하이네 '노래의 책'과 프레드리히 질허의 '로렐라이'

by zoiworld 2018. 6. 13.
728x90




가곡의 교과서 독일 시인 하이네의 노래의 책 01. 프레드리히 질허의 로렐라이

 

 

독일의 대문호 하인리히 하이네 (Heinrich Heine, 1797~1856)노래의 책 (Buch der Lieder)을 모티브로 작곡된 많은 작품들 중 첫번째로 다뤄볼 작품은 바로 독일의 민요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로렐라이 (Loreley)입니다.

 

로렐라이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북서쪽에 위치한 장트 고아르스하우젠 (Sankt Goarshausen) 근교의 라인강 기슭에 132m 높이의 큰 절벽 바위를 지칭하는데요.

영어로 구전이란 뜻을 지닌 Lore소리를 내다 (zustimmen)을 지니고 있으며, Ley는 켈트어로 들판 (Fels), 바위 (Stein)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두 단어가 Lore-ley로 합쳐져 로렐라이는 소리가 나는 바위란 뜻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로렐라이 절벽 바위 근처는 라인강이 L자로 급하게 굽어져 물살이 거친 탓에 절벽에 부딪혀 난파되는 배들이 굉장히 많았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저녁 노을이 질 때 즈음 바위 위에서 머리를 곱게 빗으며 노래를 부르는 요정이나 인어의 유혹에 혼이 팔린 선원들 때문에 많은 배들이 침몰한다는 독일의 전설이 이 절벽 바위의 전설로 재탄생하게 되었고, 19세기 독일 문학가들이 이 전설을 모티브로 많은 이야기나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그 중 가장 처음 로렐라이를 모티브로 글을 쓴 사람은 독일의 낭만주의 작가인 클레멘스 브렌타노 (Clemens Wenzeslaus Bretano de La Roche, 1778~1842)입니다.

브렌타노는 1801년 발표한 소설 고드비 (Godwi oder das steinerne Bild der Mutter-Ein verwilderter Roman)에 포함된 시 라인강의 도시 바하라흐를 향해 (Zu Bacharach am Rheine)에서 이 로렐라이 절벽을 다루고 있는데요.

전설과 달리 로렐라이를 마녀로 등장시켜, 그녀를 보는 남자들마다 사랑에 빠져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는 줄거리의 브렌타노의 시에서 로렐라이가 사랑하는 한 남자만이 그녀의 마법에 빠지지 않고. 결국 로렐라이는 절벽 위에 올라 강에 떠있는 배에 사랑하는 이가 타고 있다 착각하여 뛰어내리고 만다는 슬픈 결말을 맺게 되는데요.

 

하이네는 1824년 발표한 로렐라이 (Lore-ley)에서 로렐라이를 그리스 로마 신화 속의 독수리의 몸과 아름다운 여자의 얼굴을 지닌 세이렌 (Seiren, 영어로는 Sirens)과 비슷한 존재로 탈바꿈시켰는데요. 시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Ich Weiss nicht, was sol les bedeuten, dass ich so traurig bin

Ein Maerchen aus alten Zeiten, das kommt mir nicht aus dem Sinn.

내 마음이 왜 이리도 슬픈지 영문을 알 수 없네.

옛날 이야기 하나가 자꾸 떠오르네.

 

Die Luft ist Kuehl und es dunkelt und ruhig fliesst der Rhein;

Der Gipfel des Berges funkelt im Abendsonnenschein.

바람은 서늘하고 날은 저물어 가며 라인 강은 잔잔하게 흐르네.

산봉우리의 저녁 햇살은 눈부시게 빛나네.

 

Die schoenste Jungfrau sitzet, dort oben wunderbar;

Ihr goldnes Geschmeide blitzet, sie kaemmt ihr goldenes Haar.

저 위에 근사하게 앉아 있는 무척 아름다운 처녀.

그녀의 황금빛 장신구가 반짝이고, 그녀는 그녀의 황금빛 머리카락을 빗고 있네.

 

Sie kaemmt es mit goldenem Kamme und singt ein Lied dabei;

Das hat eine wundersame, gewaltinge Melodie.

황금 빗으로 머리결을 쓰다듬으며 그녀는 노래를 부르네.

그 선율 참으로 아름답고 훌륭하구나.

 

Den Schiffer im kleinen Schiffe ergreift es mit wildem Weh;

Er schaut nicht die Felsenriffe, er schaut nur hinauf in die Hoeh.

격한 슬픔으로 작은 배의 뱃사공을 사로잡는 그 선율.

뱃사공은 암초는 보지 못하고 산봉우리만 올려보네.

 

Ich glaube, die Wellen verschlingen am Ende Schiffer und Kahn;

Und das hat mit ihrem Singen die Lore-Ley getan.

아마 뱃사공과 그의 배를 물살이 삼켜버리겠지.

그리고 그건 노래를 부른 로렐라이가 저지른 일이야.

 

이 시는 노래의 책의 세번째 연작 귀향 (Die Heimkehr) 92개의 시 중 2번째에 실렸으며 아름다운 로렐라이에의 예찬이 아닌 달콤한 유혹에 빠져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하이네가 서정적이고 악의적인 어조라 표현하였던 자신의 작풍을 잘 드러내어주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이네의 다소 냉소적인 의도와 달리 독일의 지휘자, 철학 박사 겸 작곡가 프리드리히 질허 (Phillip Friedrich Silcher, 1789~1860) 1837, 이 시에 낭만적인 멜로디를 붙이면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곡은 유명세를 타게 되었는데요.

100곡이 넘는 독일 가곡을 쓴 작곡가였던 질허는 감상적이며 독일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노래를 작곡하게 되었고, 질허의 로렐라이는 독일 민요로 알려질 많큼 큰 사랑을 받았으며, 우리 나라의 교과서에도 실릴 만큼 현재까지도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1843, 로베르트 슈만의 부인이자 피아니스트, 작곡가였던 클라라 슈만 (Clara Schumann, 1819~1896)이 피아노와 성악을 위한 가곡 로렐라이를 하이네의 시에 부쳐 작곡하였는데요.

이 작품과 리스트 (Franz Liszt, 1811~1886)1841년 발표한 성악과 피아노를 위한 로렐라이 (Die Loreley for Voice & Piano, S.273)이 질허의 로렐라이보다 하이네의 의도를 더욱 잘 드러내고 있는 긴장감 넘치는 작품들로 알려져있습니다.

 

또한 이 시는 멘델스존 (F. Mendelssohn-Bartholdy, 1809~1847), 브루흐 (M. Bruch, 1838~1920), 거쉬윈 (George Gershwin, 1898~1937) 등 많은 작곡가들의 오페라, 뮤지컬 등의 다양한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