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와 함께 독일이 낳은 세계적인 대문호 “하인리히 하이네 (Heinrich Heine, 1797~1856)”는 허무주의와
비판 의식, 사회 풍자 뿐만 아니라 실패한 사랑에의 절망과 좌절 등의 감성이 묻어나는 많은 시를 쓴
시인이자 평론가였습니다. 유대계 독일인으로 사회 비판적인 글을 많이 다뤄 독일 정부에게 추방을 당해
프랑스 파리에서 생을 마감한 그는 독일의 유명 철학자 니체로부터 “19세기 가장 위대한 시인이자 독일어를
사용하는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명이다”란 평을 받기도 한 독일 문학과 예술사에서 빠질 수 없는 대문호입니다.
이러한 하이네를 독일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유명하게 만들었던 작품이 바로 1827년 그의 나이 30세이던 해에 출간된 “노래의 책”인데요. 이 시집은 한해 전인 1826년 하이네가 자신이 발표하였던 기행문 “여행화첩 (Reisebilder)”의 성공에 힘입어 하이네가 그 전에 발표했던 시들을 다듬고, 새로운 시들을 추가하거나 재배열하여 발표한 시집입니다.
이 시집은 1817년에서 1821년 썼던 시들을 모은 연작 “젊은 날의 슬픔 (Junge Leiden)”, 1822년부터 2년간 지었던 시들을 모은 “서정적 간주곡 (Lyrisches Intermezzo)”, 또 1823년부터 2년간 쓴 시들을 모은 연작 “귀향 (Die Heimkehr)”, 1824년 여행 도중 쓴 시들을 모은 연작 “하르츠 여행에서 (Aus der Harzreise)”, 1825년부터 1826년까지 지은 시들을 모은 연작 “북해 (Die Nordsee)”, 이렇게 총 다섯 개의 연작이 담겨져 있습니다.
이 연작 형식은 당시 괴테의 12권으로 이뤄진 연작 시집 “서동시집”, 빌헬름 뮐러의 “아름다운 물레방앗간 소녀”, “겨울 나그네” 등에서 알 수 있듯 19세기 독일에서 유행하던 시의 구성 형식이었습니다.
“노래의 책” 역시 연작 속의 소연작 시들이 포함되어 있는 형식을 지니고 있었는데요. 위에 언급된 다섯 편의 연작 속에 더 작은 연작시들이 포함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총 237편의 시로 이뤄져 있으며, 그 중 150편 가까이의 시가 이뤄지지 못하는 슬픈 사랑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첫 연작 “젊은 날의 슬픔”에는 “꿈의 영상들 (Traumbilder)”, “노래들 (Lieder)”, 로망스들 (Romanzen)”, “소네트 (Sonette)”의 4가지 소연작으로 나눠지며 첫 소연작인 “꿈의 영상들”은 시인으로서 하이네가 썼던 초창기의 시들 10편이 포함되어 있으며 당시 유행하였던 유령들이 등장하던 환상적인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두번째 소연작 “노래들”은 하이네가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 시집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독일 민요시 9편이 포함되어 있는데, 특히 “4행의 연”이라는 전통적인 민요 구서을 따르고 있습니다.
세번째 소연작 “로망스들”은 이 민요적인 특성이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시 20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두번째 소연작 노래들과 달리 20편의 시에 모두 각각의 제목이 붙여져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하이네의 시 중 가장 유명한 시인 “보병들 (Die Grenadiere)”와 “벨자체르 (Belsatzer)”가 이 소연작의 6번째와 10번째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네번째 소연작 “소네트”는 사회 풍자적인 내용을 담은 소연작으로 하이네의 어머니를 포함한 4명의 지인들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식을 지니고 있습니다.
두번째 연작 “서정적 간주곡”은 서시와 함께 65편의 시로 이뤄진 통일된 4연의 시로 구성된 연작입니다.
하이네는 “독일 민요들은 아주 일찍부터 내게 영항을 미쳤다”라며 첫번째 소연작의 꿈의 영상들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환상을 그리기 시작하였는데요. 하르츠 여행을 포함 20년대 그가 독일 전역을 도보로 여행다니며 수집한 민요들을 수용하여 그 법칙성을 따라 지은 시들의 특징과 낭만주의적인 서정적인 특징을 가장 많이 지니고 있는 시들이 응집되어 있는 연작이 바로 이 “서정적 간주곡”이라 볼 수 있으며, 이 연작에 포함되는 상당수의 시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가곡의 가사로 쓰여지게 되었으며 그 중 가장 유명한 시가 바로 9번째 시인 “노래의 날개 위에”입니다.
세번째 연작 “귀향”은 하이네가 유명하게 된 작품인 “여행 화첩”에 수록된 88편의 시와 하이네가 1823년에 발표한 비극 “윌리엄 레트클리프 (William Ratcliff)”의 주인공을 소재로 쓴 “레트클리프”. “돈나 클라라 (Donna Clara)” 등 4편의 시로 구성된 연작으로 서정적이지만 종교, 사회, 철학적인 비판과 조롱을 품고 있는 작품입니다. 하이네는 이런 자신의 표현을 “서정적이고 악의적인 어조”라 표현하기도 하였습니다.
네번째 연작인 “하르츠 여행에서”는 하이네가 “순수하게 꽃이 피어나는 연작”이라 표현한, 어두운 사랑의 아픔에서 벗어나 자연의 순수함을 통해 긍정적인 삶을 보여주고 있는 “서시”, “산 위의 목가”, “목동”, “브로켄 산 위에서”, “일제 공주”의 5편이 시로 이뤄진 작품입니다.
마지막 연작인 “북해”는 하이네가 북해의 휴양지에서 집필한 첫번째 연작시 11편과 에필로그가 포함된 두번째 연작시 10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시들과 시인의 치밀한 구성으로 만들어진 “노래의 책”은 하이네의 기대와 달리 발표된지 10년이 되어가도록 사랑을 받지 못한채 5번의 수정을 거쳐 1844년에 출판된 5판이 나온 이후에야 많은 작곡가들의 소재로 쓰이며 큰 사랑을 받게 되었습니다.
독일 특유의 소박한 민요의 5연 구성과 유령, 동화, 기사, 자연, 낭만과 사랑, 이별 등 이 작품이 지니고 있는 소재는 그리그, 나디아 불랑제, 루빈슈타인, 리스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림스키 코르사코프, 막스 레거, 멘델스존, 무소르그스키, 바그너, 보로딘, 브람스, 브루크너, 슈만, 슈베르트, 차이코프스키, 클라라 슈만, 휴고 볼프 등 독일 작곡가 뿐만 아닌 수백명의 작곡가들이 이 시집에 포함된 시들에 곡을 붙일 수 있는 영감이 되었습니다.
1914년 이와 관련된 연구를 했던 당시에만 총 2750번의 작품이 노래의 책 속에 담긴 시를 토대로 작곡되었으며, 현재까지는 10,000번 가까이의 작품이 작곡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다음 시간부터는 가장 유명한 “로렐라이”부터 멘델스존의 “노래의 날개 위에”, 슈만이 노래의 책 속 시들만을 주제로 작곡한 연가곡 “시인의 사랑” 등을 자세히 알아보며 가곡의 교과서 “노래의 책” 속의 아름다운 시들과 그 속에 스며든 여러 작곡가들의 작품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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