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7월호 - 하이네 '노래의 책'과 나디아 블랑제의 '맹세보다는 키스를'
독일의 대문호 ‘하인리히 하이네 (Heinrich Heine, 1797~1856)’의 ‘노래의 책 (Buch der Lieder)’ 속의 시들을 토대로 작곡된 많은 작품들 중 세번째로 다뤄볼 작품은 프랑스의 작곡가, 오르가니스트 겸 지휘자였으며 교육자로 더 큰 명성을 얻은 가장 대표적인 여류 음악가인 ‘나디아 불랑제 (Nadia Boulanger, 1887~1979)’의 ‘맹세보다는 키스를.. (O ne jure pas, embrass-mor seulement)’입니다.
성악가였던 할머니 ‘마리 쥘리 불랑제 (Marie-Julie Halligner Boulanger, 1786~1850)’와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던 아버지 ‘에르네스트 불랑제 (Ernest Boulager, 1815~1900)’, 그리고 러시아 출신의 성악가였던 어머니 ‘라이샤 마이세츠카야 (Raissa Myshetskaya, 1856~1935)’ 등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나디아 불랑제는 9세의 어린 나이에 파리고등음악원에 입학하여 ‘가브리엘 포레 (Gabriel Faure, 1845~1924)’에게서 수학한 영재였습니다.
나디아 불랑제는 가장 뛰어난 여류 작곡가라 평가받는 자신의 동생 ‘릴리 불랑제 (Marie-Juliette Olga Lili Boulanger, 1893~1918)’와 함께 활발한 음악 활동을 했으나, 동생 릴리 불랑제가 결핵으로 24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자 작곡을 중단하고 릴리 불랑제의 작품을 알리는 일과 교육자의 길에만 전념하였습니다.
그 결과 미국의 작곡가 ‘아론 코플랜드 (Aaron Copland, 1900~1990)’, 아르헨티나의 반도네오니스트이자 자곡가 ‘아스토르 피아졸라 (Astor Pantaleon Piazzolla, 1921~1992)’, 미국의 프로듀서 겸 재즈 뮤지션 ‘퀸시 존스 (Quincy Jones, 1933~)’ 등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작곡가와 음악가들이 나디아 불랑제에게 가르침을 받고 대성하게 되었습니다.
포기와 베스로 대표되는 미국의 현대 음악 작곡가 ‘거슈윈 (George Gershwin, 1898~1937)’, 전설이 된 명지휘자 ‘번스타인 (Leonard Bernstein, 1918~1990)’, 불새와 봄의 제전으로 유명한 러시아 작곡가 ‘스트라빈스키 (Igor Fyodorovich Stravinsky, 1882~1971)’ 등의 음악가들이 나디아에게 가르침을 받거나 음악적 교류를 갖길 원할 정도로 뛰어난 음악성을 지닌 교육자였던 나디아 불랑제는 ‘현대 음악의 스승’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우기도 하는데요.
파리 국립 음악원, 줄리어드 음악학교, 하버드 대학교, 예후디 메뉴힌 음악학교, 런던 왕립 음악대학 등에서 후학을 양성하였던 나디아 불랑제는 뉴욕필하모닉, BBC 교향악단, 보스턴 교향악단 등 세계의 유명 오케스트라들을 지휘한 첫 여성 지휘자이기도 합니다.
위대한 피아니스트이자 오르가니스트, 지휘자이자 교육자였던 나디아 불랑제가 1908년, 21세의 나이에 성악 솔로와 피아노 반주를 위한 모음집 ‘12곡의 멜로디 (Douze Melodies)’를 작곡하였는데요.
그 중 3번째 곡이 바로 ‘O ne jure pas, embrasse-moi seulement..’, ‘맹세보다는 키스를..’입니다.
이 작품은 하이네의 노래의 책 중 2번째 연작인 ‘서정적 간주곡 (Lyrisches Intermezzo)’ 속 65편의 시 중 13번째 시 ‘O Schwoere nicht und kusse nur..’를 우크라이나 오데사 출신의 프랑스 작가 ‘미셸 델린 (Michel Delines, 1851~1914)’이 프랑스어 가사로 번역하여 부친 곡입니다.
[독]
O Schwoere Nicht und kusse nur..
Ich glaube keinem weiberschwur!
Dein Wort ist sues, doch suesser ist
Der Kuss, den ich dir abgekuesst!
Den hab ich, und dran glaub ich auch,
Das Wort ist eitel Dunst und Hauch.
[프]
O ne jure pas, embrasse-moi seulemet..
Je ne crois aucun serment de femme!
Le baiser que je t’ai ravi!
Celui-ci je l’ai, et en outre je crois
Que les paroles sont futiles brume et souffle.
오오.. 맹세보다는 키스를 해주오..
여자의 약속은 절대 믿지 않으니!
그대의 말은 달콤하지만
그대와의 키스는 더욱 달콤해!
말은 헛된 환상이고 입김일 뿐,
난 그대와 나눈 그 키스만 믿어요
[독] O schwoere, Liebchen, immerfort,
Ich glaube dir aufs blosse Wort!
An deine Busen sink ich hin,
Und glaube, dass ich selig bin;
Ich glaube, Liebchen, ewiglich,
Und noch viel laenger, liebst du mich..
[프] O bien-aimee jure Toujours,
Je te crois sur un seul mot!
Quand je me couche sur ton sein,
Je crois que je suis bienheureux;
Je crois, Cherie, que pour l’eternite,
Tu m’aimeras, et plus longtemps encore..
오.. 계속 맹세해주오, 내 사랑,
그대 말을 그대로 믿으니!
그대 가슴에 내 몸을 맡기고
난 행복하다 믿을거예요.
난 믿어요, 내 사랑, 그대가 날 사랑한다고..
영원히, 영원보다도 더 오래…
하이네가 1822년에서 1823년 사이에 쓴 것으로 알려져있는 이 시는 나디아 불랑제의 섬세하면서도 서정적인 음악적 특징이 듬뿍 담겨져 있는 작품입니다.
현재 이 작품은 미셸 델린의 프랑스어 번역 가사보다는 하이네의 원시로 더 많이 불리고 있는데요. 남다른 음악적 감수성을 지니고 있는 나디아 불랑제의 멜로디가 어우러지며 하이네의 서정적인 간주곡 속 ‘맹세보다 키스..’는 더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나디아 불랑제가 작곡한 성악곡집 ‘Douze Melodies’에는 하이네의 노래의 책 중 세번째연작 ‘귀향 (Heimkehr)’의 27번째 시 ‘이 눈물 한방울 왜 맺히는가 (Was will der einsame Traene)’가 4번째 곡으로 담겨져있는데요. 이 작품 역시 ‘맹세보다 키스..’만큼 나디아 불랑제의 음악적 성향이 잘 표현되어있는 하이네의 시가 아름답게 그려진 작품이기에 함께 감상하면 하이네와 나디아 불랑제의 작품 세계를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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