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의 교과서 독일 시인 하이네의 ‘노래의 책’ – 02. 멘델스존의 ‘노래의 날개 위에’
독일의 대문호 ‘하인리히 하이네 (Heinrich Heine, 1797~1856)’의 ‘노래의 책 (Buch der Lieder)’ 속의 시들을 토대로 작곡된 많은 작품들 중 두번째로 다뤄볼 작품은 바로 멘델스존의 대표 가곡인 ‘노래의 날개 위에 (Auf Flügeln des Gesanges)’입니다.
Auf Flügeln des Gesanges,
Herzliebchen, trag ich dich fort,
Fort nach den Fluren des Ganges,
Dort Weiss ich den Schönsten Ort;
노래의 날개 위에,
내 사랑, 그대를 싣고 날아가리.
갠지스 강변 들판의
너무나 아름다운 그 곳으로.
Dort liegt ein rotblühender Garten,
Im stillen Mondenschein,
Die Lotosblumen erwarten
Ihr trautes Schwesterlein.
거기 고요한 달빛 아래
붉게 피어난 정원이 있네.
그 곳에서는 연꽃들이
다정한 누이를 기다리고 있네.
Die Veilchen kichern und kosen,
Und schaun nach den Sternen empor,
Heimlich erzählen die Rosen
Sich duftende Märchen ins Ohr.
제비꽃들 방실방실 웃고 재잘대며
고개를 들어 별들을 보고
장미꽃들 서로에게 귓속말로
향기로운 동화들을 속삭이네.
Es hüpfen herbei und lauschen
Die frommen, klugen Gazelln,
Und in der Ferne rauschen
Des heiligen Stromes Welln.
착하고 영리한 영양들이
깡총깡총 뛰어와 귀 기울이고
멀리 신성한 강에서는
물결이 일어나 찰랑대네.
Dort wollen wir niedersinken
Unter dem Pamenbaum,
Und Liebe und Ruhe trinken,
Und träumen seligen Traum.
그 곳 야자수 아래에
우리 함께 앉아서
사랑과 안식을 마시며
행복한 꿈을 꾸리라…
1820년 경 독일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는 인도에 대한 숭배가 널리 퍼져있었는데, 그 중심에서 식민 주의를 비판하였던 철학자 ‘헤르더 (Johann Gottried von Herder, 1744~1803)’는 인도의 자연과 인간, 문명을 찬양하였고, 그를 따르는 많은 낭만주의자들이 인도에 대한 찬양을 하였습니다. 하이네 역시 어린 시절부터 헤르더의 글을 읽으며 영향을 받았는데요. 하이네가 1821년부터 1822년까지 집필하였던 연작시 ‘서정적 간주곡’에서는 하이네의 인도에 대한 이상을 내포하는 시를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노래의 책 중 두번째 연작시 ‘서정적 간주곡’의 9번째 시 ‘노래의 날개 위에’ 역시 인도에 대한 하이네의 열망이 잘 드러난 글입니다.
이 시의 ‘갠지스 강변 들판의 너무나 아름다운 그 곳’, ‘신성한 강’으로 표현되는 갠지스 강은 순결한 낙원으로, ‘연꽃’은 고통을 받고 있지만 희망을 놓지 않는 인간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독일의 초기 낭만파 시대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오르가니스트 겸 지휘자 ‘펠릭스 멘델스존 (Jacob Ludwig Felix Mendelssohn-Bartholdy, 1809~1847)’는 부수음악 ‘한여름 밤의 꿈’ (Ein Sommernachtstraum, Op.61), 바이올린 협주곡 (Violin Concerto in e minor, Op.64), 피아노 독주를 위한 무언가 (Liederohne Worte), 오라토리오 ‘엘리야’ (Elias, Op.70) 등으로 유명한 작곡가입니다.
멘델스존이 1834년, 25세의 나이로 뒤셀도르프에서 지휘자로 재직하던 시절, 독일의 대문호 ‘괴테 (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 멘델스존의 친구이자 동료였던 외교관 겸 작가 ‘클링에만 (Karl Klingemann, 1798~1862)’, 그리고 하이네의 시들을 노랫말로 지은 가곡집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가곡집 ‘6개의 노래, 작품 번호 34 (6 Gesänge, Op.34)’에 수록된 곡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사랑의 노래 (Minnelied, 작자 미상)
2. 노래의 날개 위에 (Auf Flügeln des Gesanges, 하이네)
3. 봄의 노래 (Frühlingslied, 클링에만)
4. 줄라이카 (Suleika, 괴테)
5. 일요일의 노래 (Sonntagslied, 클링에만)
6. 여행의 노래 (Reiselied, 하이네)
이 멘델스존의 가곡집 ‘6개의 노래’에 가사로 쓰인 하이네의 시 ‘2. 노래의 날개 위에’와 ‘6. 여행의 노래’는 모두 ‘노래의 책’에 수록된 시이며, ‘가을 바람 (Der Herbstwind)’라는 제목으로 불리우는 서정적 가곡집 58번의 시에 음악을 붙였으나 ‘여행의 노래’라는 새로운 제목을 지은 6번 가곡과 달리 2번 ‘노래의 날개 위에’는 시의 제목과 동일하게 첫 소절을 제목으로 삼고 있습니다.
멘델스존의 작품 성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노래의 날개 위에’는 아름다운 아르페지오 피아노 연주 위에 부드럽고도 따뜻한 멜로디 선율이 노래하는 가곡이자 대표적인 독일 가곡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가사만큼 온화하면서도 아름다운 이 작품은 후에 리스트가 피아노 독주 작품 (‘On Wings of Song’ for Piano solo, Op.34, No.2)로 편곡하여 다시 한번 주목받기도 하였습니다.
하이네의 시에서 탄생하여 멘델스존의 아름다운 선율로 완성된 노래의 책 속에 스며든 ‘노래의 날개 위에’는 그 후 현재까지도 성악곡으로만이 아닌, 바이올린와 피아노, 플룻과 피아노 등 성악이 아닌 독주 악기와 피아노 반주로도 많이 연주되며 다양한 버젼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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