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쏘냥의 클래식 칼럼/브런치 클래식 매거진

브런치 칼럼 #39.음악 영화 이야기 2.영화 클라라, 두번째 이야기

by zoiworld 2018. 8. 3.
728x90

 

 

 

영상, 사진, 음악과 함께 볼 수 있는 브런치 주소는 

https://brunch.co.kr/@zoiworld/79 입니다!!ㅎㅎ

안녕하세요. 매달 2, 4번째 주에 영화를 살린 클래식 칼럼으로 찾아오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 쏘냥 (박소현)입니다.

 

여성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클라라 슈만의 삼각 관계를 그리고 있는 영화 클라라, 그 두번째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오늘은 영화의 줄거리와 등장한 여러 음악들 중 클라라 슈만의 유일한 작품에 대해 다뤄보려 하는데요.

영화 클라라의 줄거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1850, 낭만주의 문화의 꽃을 피우고 있던 독일, 그리고 그 중심에 있던 도시 뒤셀도르프의 오케스트라에 상임 지휘자의 자리를 수락한 40세의 슈만은 9살 연하의 아내이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클라라 슈만과 다섯명의 자녀와 함께 뒤셀도르프로 이사를 오게됩니다.

작곡가로는 이미 마에스트로의 경지에 올라있었으나 지휘자로의 역량은 부족하였던 슈만에게 뒤셀도르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버거운 자리였으며, 설상가상으로 재능과 끼가 넘치는 젊은 음악가인 브람스가 슈만과 클라라 가족의 집에 문하생으로 들어와 살게 되며 음악적 교류와 삼각 관계 사이에서 괴로워하게 됩니다.

정신적인 고통 속에 약물에 의존하는 슈만의 곁에서 힘겨워하는 클라라는 젊은 브람스에게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브람스 역시 클라라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며, 결국 그 모든 것을 함께 느끼고 힘들어 하던 슈만은 라인 강에 투신 자살을 시도하게 됩니다.

요양소에 자신을 가두고 흉측하고 괴로운 치료(?!)를 받던 슈만은 결국 2년 후 사망하고, 클라라와 브람스는 그들의 감정을 남긴 채 음악으로만 그리게 됩니다.

 

영화에서 클라라 슈만이 작곡한 작품은 단 한 장면에서 등장합니다.

바로 브람스의 작품에 감동한 클라라와 로베르트 슈만이 브람스를 초대하고. 클라라 슈만이 브람스의 피아노 작품을 치는 순간 등장한 브람스가 화답의 의미로 클라라와 로베르트의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에서인데요.

 

여기서 로베르트 슈만이 어떤 곡을 치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에 슈만이 브람스를 연주하면 브람스는 로베르트 슈만을 연주하죠. 저만의 방식으로요!라는 말과 함께 피아노 앞에 앉은 브람스는 바로 클라라 슈만의 피아노 독주를 위한 로망스 작품번호 11(Romance for Piano solo Op.11을 연주합니다.

 

선곡에 놀랍고 반가워하는 클라라와 조용히 브람스 옆에 앉아 낮은 성부를 연주하는 로베르트 슈만, 이 장면은 브람스와 클라라, 로베르트 슈만, 이렇게 세사람의 음악적 교감을 통한 사제 지간의 시작과 이 세명의 복잡한 운명을 음악으로 모두 드러내는 매우 감동적이고도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이 클라라 슈만의 로망스 작품번호 11번은 클라라 슈만이 로베르트 슈만과의 결혼 1년 전인 1839, 20세의 나이에 완성하여 슈만과 결혼하는 1840년에 출판한 작품으로 로베르트 슈만에게 현정된 작품입니다.

 

1번 안단테 (Andante), 2번 안단테와 알레그로 (Andante und Allegro), 그리고 3번 모데라토 (Moderato)로 이뤄진 작품으로, 영화 속에서는 2번 로망스의 멜로디를 이용하여 변주되고 있습니다.

 

브람스가 로베르트 슈만에게 헌정된 클라라 슈만의 어린 시절 작품을 브람스가 로베르트 슈만을 연주하겠습니다. 저만의 방식으로요!라는 대사와 함께 연주한 것은 영화 속에서 매우 중요한 복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브람스는 가족과 생계(를 상징하는 로베르트 슈만)에 묶인 삶이 아닌 정처없이 떠도는 새나 장난을 좋아하는 철부지 어린 아이와 같은 자유로움을 상징하며 어린 시절 세계적인 피아노 신동으로 활발한 연주 활동을 벌였던 클라라에게 다시 젊음을 동경하고 쟁취하도록 유혹하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영화에서 유일하게 등장하는 클라라 슈만의 작품인 로망스가 이 장면에 등장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데요, 클라라 슈만이 로베르트 슈만과 브람스의 갈등의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들을 음악적으로 연결시킨 매개이기도 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클래식 음악사의 중요한 두 음악가 로베르트 슈만과 브람스, 그리고 그 중간의 뮤즈 클라라 슈만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 클라라, 다음 세번째 이야기에서는 영화에서 슈만의 선택에 따른 음악적인 장벽과 고뇌, 그리고 클라라에 대한 열등감을 보여주는 작품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