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0월호 - 셰익스피어의 대표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 그리고 차이코프스키의 환상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
9월 칼럼에 이어 영국이 낳은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 1564~1616)’의 초기 비극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 (Romeo and Juliet)’ 속에 스며든 대표 클래식 작품에 대해 다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합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8월 칼럼의 작곡가이기도 하였던 러시아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 ‘차이코프스키 (Pyotr Ilyich Tchaikovsky)’입니다.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등의 발레 음악으로도 유명한 차이코프스키는 하이네의 작품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 (Dante Alighiri, 1265~1321)’, 영국의 시인 ‘바이런 (Geroge Gordon Byron, 1788~1824)’ 등의 문학 작품들에 빠져 있었으며 그 작품들을 테마로 한 작품들을 많이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바이런의 비극적 연시 ‘만프레드’를 소재로 한 ‘만프레드 교향곡 (The Manfred Symphony in b minor, Op.58)’, 단테의 신곡을 소재로 한 환상 교향곡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 (Francesca da Rimini: Symphonic Fantasy, Op.32)’ 등입니다.
또한 차이코프스키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에 대한 애정이 매우 각별했다고 하는데요.
비극 ‘햄릿 (Hamlet)’을 소재로 한 ‘햄릿 서곡 환타지 (Hamlet Overture-Fantasia, Op.67, 1888)’, 심포니 환상곡 ‘템페스트 (The Tempest, Symphonic Fantasia after Shakespeare, Op.18, 1873)’ 등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소재로 한 작품을 다수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그 중 가장 높은 완성도로 평가받고 있는 작품이 바로 셰익스피어의 대표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 (Romeo & Juliet)’을 주제로 한 ‘환상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 (Fantasy Overture ‘Romeo & Juliet’ in b minor, TH.42, Cw.39)’입니다.
차이코프스키의 환상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은 러시아의 유명 음악가의 권유로 탄생하였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그 주인공이 바로 ‘발라키레프 (Milii Alekseevich Balakirev, 1837~1910)’입니다.
발라키레프는 러시아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이지만 우리에게는 ‘러시아 5인조 (Могучая Кучка, The Mighty Handful)’의 수장으로 더 잘 알려져있는 러시아 국민악파의 중심에 서있는 음악가입니다.
그는 차이코프스키와 작곡가로 깊은 유대 관계를 가지고 있는 음악가였습니다. 발라키레프는 1867년, 프랑스의 작곡가이자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Romeo et Juliette, 1839)’을 작곡한 ‘베를리오즈 (Hector Berlioz, 1803~1869)’와 교류하게 되었고, 28살이란 어린 나이에 모스크바 음악원의 교수가 되어 많은 일들과 작곡 등으로 인하여 극심한 고갈 상태에 빠진 차이코프스키에게 영감을 주고자 차이코프스키에게 로미오와 줄리엣에 관한 글을 쓰도록 권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2번 <소러시아> (Symphony No.2 in c minor, Op.17 ‘Little Russian’)’에 작은 러시아란 곡명을 지어준 차이코프스키의 친구이자 음악 평론가 ‘니콜라이 카슈킨 (Nikolay Dmitriyevich Kashkin, 1839~1920)’ 역시 발라키레프가 차이코프스키에게 로미오와 줄리엣에 관한 작품을 작곡하길 권했을 때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는 이 순간을 다음과 같이 기억했습니다.
‘그것은 5월의 어느 아름다운 날이었다. 우리가 함께 산책하던 언덕의 푸른 숲과 높은 전나무들.. 발라키레프는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적 능력을 깊이 공감하고 있었기에 발라키레프가 제시한 소재를 차이코프스키가 충분히 소화하고 살려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발라키레프 역시 그 테마의 매력에 푹 빠져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이미 완성된 음악인 것처럼 이 작품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져야할 지에 대해 세세하고도 확실하게 그 구성을 설명하였다. 소나타 형식, 각 캐릭터의 화성과 테마 (예를 들면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의 테마는 D Flat Major로..), 바리에이션 등등…
이를 계기로 젊은 차이코프스키 마음 속의 환상의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 출처 : Rosa Newmarch의 ‘Tchaikovsky, His Life and Works-With Extracts from his writing, and the Diary of his tour abroad in 1888’
이렇게 작곡을 시작하게 된 차이코프스키는 3개월만에 ‘환상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완성하여, 1870년 3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안톤 루빈슈타인의 동생이었던 지휘자 ‘니콜라이 루빈슈타인 (Nikolai Grigorjewitsch Rubinstein, 1835~1881)’의 지휘로 모스크바에서 초연하였습니다.
법정 소송에 휩싸여있던 니콜라이 루빈슈타인이 초연 직전 패소하는 바람에 공연 자체를 망쳐버려 평가도 좋지 않았으며, 곡을 권하였던 발라키레프의 의도와도 많이 달라졌으며, 작곡가였던 차이코프스키조차 흡족해하지 않았던 탓에 차이코프스키는 작품의 거의 대부분을 뜯어 고쳤습니다.
완벽주의자였던 차이코프스키는 무려 11년이 지난 1881년에 수정본을 발표하였고, 현재까지도 1881년에 수정된 버젼이 연주되어지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클라리넷과 파곳의 경건하고도 조용한 화음과 함께 시작됩니다. 이는 종교적인 색을 띄며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이어주는 로렌스 수도사를 표현할 뿐만 아니라 죽음으로 완성된 로미오와 줄리엣의 숭고한 희생과 사랑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원수 지간인 몬테규와 캐퓰렛 가문의 대립을 강한 팀파니 등의 타악기들의 강렬한 음과 거친 주제로 표현되며, 러시아 5인조 중 한명인 작곡가 ‘림스키 코르사코프 (Nikolai Andreyevich Rimsky-Korsakov, 1844~1908)’가 ‘러시아의 모든 음악 중 가장 아름다운 테마’라 극찬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의 테마는 잉글리시 호른과 비올라의 우아하고도 중후한 멜로디로 연주됩니다.
차이코프스키의 환상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은 프로코피예프의 발레, 베를리오즈의 오페라와는 달리 음악만으로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답게 그리고 있으며, 차이코프스키의 전기를 쓴 러시아의 작가 ‘쿠닌 (Iosif Filippovich Kunin, 1904~1996)’는 차이코프스키의 전기에서 이 작품의 음악적 성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만약 환상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이 없었다면, 1870년대 차이코프스키의 표제적 교향곡들은 물론이고, 만년의 웅장한 교향곡들도 탄생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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