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19년 1월호 - 이우혁의 판타지 소설 '퇴마록' - 바흐 칸타타 '눈 뜨라고 부르는 소리 있도다'
독일의 대문호 ‘하인리히 하이네 (Heinrich Heine, 1797~1856)’의 ‘노래의 책 (Buch der Lieder)’ 속의 시들을 토대로 작곡된 많은 작품들 중 여섯번째로 다뤄볼 작품은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한명인 슈만의 가곡 ‘두 사람의 척탄병’입니다.
스즈키 교본에 삽입되며 널리 알려지게 된 ‘슈만 (Robert Schumann, 1810-1856)’의 ‘두 사람의 척탄병 (Die beiden Grenadiere)’은 원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해 작곡된 작품이 아닌, 슈만의 가곡집 ‘로망스와 발라드 (Romazen und Balladen)’에 속한 가곡 작품입니다.
슈만의 대표 가곡집인 이 로망스와 발라드는 3개의 곡을 하나의 묶음으로 발표되었는데요. 1840년 발표된 ‘로망스와 발라드 제1집 작품번호 45 (Romanzen und Balladen Vol.1, Op.45)’와 ‘로망스와 발라드 제2집 작품번호 49 (Romanzen und Balladen Vol.2, Op.49)’, 역시 1840년에 작곡, 발표된 ‘로망스와 발라드 제3집 작품번호 53 (Romanzen und Balladen Vol.3, Op.53)’을 비롯하여 1841년부터 1847년까지 작곡되어 발표된 ‘로망스와 발라드 제4집 작품번호 64 (Romanzen und Balladen Vol.4, Op.64)’까지 4개의 모음집으로 이뤄져있습니다.
특히 4집은 크게 3개의 작품으로 이뤄져 있으나 마지막 3번째 작품인 ‘비극 (Tragoedie)’이 3개의 곡으로 이뤄져 있는 작품인 것이 특징입니다.
이렇게 ‘12 작품 (세밀하게 나눈다면 14개의 곡이겠죠?)’으로 이뤄진 슈만의 로망스와 발라드 가곡집 중 ‘두 사람의 척탄병’은 ‘원수같은 형제들 (Die feindlichen Brueder)’, ‘수녀 (Die Nonne)’와 함께 3곡으로 작곡, 수록된 가곡집 ‘로망스와 발라드 제 2집 작품번호 49’에 포함된 첫번째 곡입니다.
두 사람의 척탄병을 비롯하여 로망스와 발라드 가곡집들이 대부분 작곡된 1840년은 슈만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자신의 스승이였던 ‘비크 (F. Wieck, 1785~1873)’와의 7년간의 다툼 끝에 비크의 딸이었던 ‘클라라 비크 슈만 (Clara Josephine Wieck-Schumann, 1819~1896)’과 결혼식을 올릴 수 있게 되었던 때였는데요. 오랜 기간 사랑했던 연인과의 사랑이 이뤄졌다는 긍정적인 영향이 슈만의 작곡열을 불태우게 하여 독일 가곡 ‘리트 (Lied)’만 무려 100여곡을 작곡, 발표하였던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슈만의 왕성한 창작 활동이 이뤄졌던 이 1840년에 작곡된 가곡 ‘두 사람의 척탄병’은 ‘극적 발라드 (Dramatische Ballade/dramatic Ballads)’라는 반복 없이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변화가 있는 음악으로 줄거리를 따르는 작곡 형식인 ‘통작 형식 (Durchkomponierte Form/Through-Composed)’을 따르고 있는 4/4박의 행진곡 풍의 작품입니다.
특히 두 사람의 척탄병의 마지막 부분은 프랑스의 국가 ‘라 마르세예즈 (La Marseillaise)’를 차용하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두 사람의 척탄병’의 가사였던 하이네의 시의 내용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하이네의 시 ‘두 사람의 척탄병’은 젊은 시절 하이네의 자유주의와 사상을 매우 잘 드러내고 있는 시입니다.
절대 군주제였던 당시의 독일의 상황에 절망하였던 19세의 젊고 급진적인 자유주의자였던 하이네는 하이네에게 나폴레옹은 독재자의 모습보다 개혁과 혁명을 상징하는 인물로의 모습이 더 강렬하였기 때문이었을까요? 나폴레옹이 1814년 모든 권력을 잃고 이탈리아의 ‘엘바 섬 (Isola d’Elba)’으로 추방되어버린 후에도 프랑스 혁명에 대한 동경과 나폴레옹에 대한 선망의 마음을 담아 1816년, 시를 한 편 쓰게 됩니다.
이 시는 1821년, 하이네의 처녀 시집인 ‘시집 (die Gedichte)’에 수록되어 발표되었으며, 1827년 ‘노래의 책 (Buch der Lieder)’의 첫번째 연작 ‘젊은 날의 아픔 (Junge Leiden)’ 속 세번째 연작시 ‘로망스 (Romanze)’의 6번째 시로 포함되었습니다.
‘척탄병 (Grenadiere)’은 수류탄을 목표한 지점에 정확하게 던질 수 있는 체격이 매우 좋은 정예 병사들로 이뤄진 보병을 뜻하고 있으며, 무기가 발달된 18세기 이후에는 중요한 인물을 보필하는 엘리트 군인 집단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습니다.
하이네의 시 ‘두 사람의 척탄병’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패한 후 포로로 붙잡혔던 두명의 프랑스 패잔병들이 부상당한 몸으로 프랑스에 송환되던 중, 독일 땅에 들어서서 ‘황제 (나폴레옹)’ 또한 포로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비참한 마음과 애국심, 황제에의 충성심 등을 표출하는 대화 형식으로 구성되어져 있습니다.
Nach Frankreich zogen zwei Grenadier’, Die waren in die Russland gefangen;
Und als sie kamen ins deutsche Quartier, Sie liessen die Kopfe haengen.
Da hoerten sie beide die traurige Maer’:
Dass Frankreich verloren gegangen, Besiegt und geschlagen das tapfere Heer.
Und der Kaiser, der Kaiser gefangen.
러시아에서 포로로 잡혔다 풀려난 두 보병이 프랑스로 돌아가고 있ㄷㅏ.
독일군 숙영지에 도착하였을 때, 그들은 고개를 떨구었다.
거기서 슬픈 소식을 들었기 때문에..
프랑스가 패배하였고, 위대한 군대는 패전하여 격파당했으며,
황제가, 황제가 포로로 잡혔다고 하였다.
Da weinten zusammen die Grenadier’ Wohl ob der klaeglichen Kunde.
Der eine sprach: “Wie weh wird mir, Wie brennt meine alte Wunde!”
Der andere sprach: “Das Lied ist aus, Auch ich moecht’ mit dir sterben;
Doch hab’ ich Weib und Kind zu Haus, Die ohne mich verderben.”
이 비통한 소식을 듣고 두 척탄병은 함께 울고말았다.
한명이 말했다: “너무 괴로워, 옛 상처가 다시 쑤셔오듯!”
다른 한명이 말했다: “끝났어. 나도 너와 함께 죽고싶지만;
내가 없으면 집에 있는 내 처자식들은 파멸하고 말거야.”
“Was schert mich Weib, was schert mich kind, Ich trage besser Verlangen;
Lasse sie betteln gehn, wenn sie hungrig sind-Mein Kaiser, mein Kaiser gefangen!
“아내가 무슨 상관이고 자식이 무슨 상관인가? 나는 훨씬 더 원대한 것을 원하네;
가족들은 배가 고프만 구걸하러 가면 되지만 나의 황제, 나의 황제가 포로가 되었다니!
Gewaehr mir, Bruder, eine Bitt’: Wenn ich jetzt sterben werde,
So nimm meine Leiche nach Frankreich mit, Begrab mich in frankreichs Erde.
Das Ehrenkreuz am roten Band, Sollst du aufs Herz mir legen;
Die Flinte gib mir in die Hand, und guert mir um den Degen.
형제여, 내 부탁을 하나만 들어주게: 이제 내가 죽게 되면
내 시신을 프랑스로 가져가 프랑스 땅에 묻어주게.
붉은 리본에 달린 십자 훈장은 내 가슴에 놓아주고,
손에는 소총을 쥐어주고, 허리에는 칼을 채워주게.
So will ich liegen und horchen still, Wie eine Schildwach’, im Grabe,
Bis einst ich hoere Kanonengebruell, und wiehernder Rosse getrabe.
Dann reitet mein Kaiser wohl ueber mein Grab, Viel Schwerter klirren und blitzen;
Dann steig’ ich gewaffnet hervor aus dem Grab-Den Kaiser, den Kaiser zu schuetzen!”
그렇게 무덤에 누워 보초처럼 가만히 귀 기울일 것이야.
대포가 포효하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리고, 히힝거리며 우는 말의 발굽 소리가 들릴 순간까지.
그때는 나의 황제가 내 무덤을 넘어, 수많은 칼들이 카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번쩍거릴 것이야;
그러면 난 황제를, 나의 황제를 호위하기 위해 무장하고 무덤에서 일어날 것이야!”
프랑스의 혁명
정신과 자신의 영웅에의 존경심을 표출한 시 ‘두 사람의 척탄병’을 완성시킨
혁명시인 하이네, 그리고 하이네의 자유주의 정신과 프랑스의 혁명에 대한 특징을 표현하기 위하여 프랑스의
국가 ‘라 마르세예즈’의 멜로디를
포함시켜 극적인 발라드 명곡 ‘두 사람의 척탄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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