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19년 2월호 -조반니 베르가의 소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마스카니의 단막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봄의 기운을 품은 듯 아름다운 멜로디를 지니고 있어 원곡의 오케스트라 버젼으로만 연주되고 있는 것이 아닌, 다양한 악기들의 솔로 레퍼토리로 편곡되어 연주되는 등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간주곡 (Intermezzo)’으로 잘 알려진 마스카니의 대표작 오페라 ‘카바레리아 루스티카나 (Cavalleria Rusticanana)’는 ‘레온카발로 (Ruggero Leoncavallo, 1857-1919)’의 단막 오페라 ‘팔리아치 (Pagliacci)’와 함께 공연되는 3장으로 이뤄진 단막 오페라입니다.
이탈리아어로 ‘시골 기사’, ‘시골 남자’, ‘시골 기사도’를 뜻하는 제목을 가진 이 ‘카바레리아 루스티카나’는 마스카니의 ‘원히트원더 (One hit Wonder, 한 개의 곡만 큰 흥행을 거둔 아티스트를 뜻하는 대중 음악 용어)’로는 널리 알려져 있으나, 이 작품의 원작이 소설이란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약 1875년부터 1895년 사이 이탈리아에서는 ‘사실주의’를 뜻하는 ‘베리스모 (Verismo)’ 문학 운동이 크게 유행하였는데요.
‘베리스모’는 문학보다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양식 중 하나로 1890년 경 카바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유행과 함께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사실적인 묘사로 상징되어지는 이 베리스모 오페라의 대표적인 작곡가가 바로 카바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작곡가 마스카니와 팔리아치의 작곡가 레온카발로입니다.
흥미롭게도 베리스모 문학 운동의 중심이자 ‘베리스모’를 선언한 2명의 작가 ‘조반니 베르가 (Giovanni Carmelo Verga, 1840-1922)’와 ‘루이지 카푸아나 (Luigi Capuana, 1839-1915)’ 중 베르가가 바로 오페라 카바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원작 소설의 작가이기도 합니다.
1840년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의 카타니아 현 내 ‘Vizzini’에서 태어난 베르가는 카타니아 대학교 법학과에 다녔으나 1855년 15세에 ‘사랑과 조국 (Amore e Patria)’를 완성하는 등 문학에 더 큰 재능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862년 22세의 나이에 역사 소설 ‘산 속의 카르보나리 당원 (I Carbonari della Montagna)’을 처음 발표하며 소설가로서의 공식 활동을 시작한 베르가는 세계문학전집에서 빠지지 않는 소설인 1881년 작품 ‘말라볼리아가의 사람들 (I Malavoglia, 영화화: 2010)’을 비롯, 1880년 작품 ‘라 푸타 (La Lupa, 영화화: 1996)’, ‘흔들리는 대지 (La Terra Trema, 1948년 발표된 영화의 제목으로 이 작품 역시 소설 ‘말라볼리아가의 사람들’을 영화화), 1875년 소설 ‘고귀한 호랑이 (Tigre reale,영화화: 1916)’ 등 영화로도 만들어지며 많은 사랑을 받은 소설들을 탄생시킨 작가입니다.
영화화된 소설들 외에도 ‘시골의 삶 (Vita dei Campi, 1880)’, ‘ (Mastro don Gesualdo, 1889)’, ‘곤줄박이 이야기 (Storia di una Capinera, 1871)’ 등을 발표하며 근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소설가 중 한명이 되었습니다.
소설 ‘카바레리아 루스티카나’는 1880년 작품 ‘시골의 삶’에 실린 단편으로 주인공 투리두는 자신이 군대에 가 있는 동안 자신의 애인이었던 롤라가 알피오와 결혼한 사실을 알고 괴로워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자신을 위로하는 산투차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으나 롤라의 유혹에 다시 빠져버리고, 산투차에 의하여 그 사실을 알게 된 알피오와의 결투에서 알피오의 칼에 찔려 목숨을 잃게되는 내용의 이 소설이 나온지 10년 뒤인 1890년, 젊은 마스카니가 로마의 ‘손초노 음악 출판사 (Casa Musicale Sonzogno)’가 주최한 작곡 콩쿨에 출품하기 위하여 작곡, 세상에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밀라노 음악원에서 ‘시간의 춤 (Dance of the Hours)’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작곡가 ‘폰키엘리 (Amilcare Ponchielli, 1834-1886)’의 제자로 이탈리아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한명인 ‘푸치니 (Giacomo Puccini, 1858-1924)’와 함께 공부를 하였던 ‘마스카니 (Pietro Mascagni, 1863-1945)’는 26세의 나이에 손초노 음악 출판사의 작곡 콩쿨에서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로 1등을 차지하게 되며 푸치니보다 먼저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후에 그는 ‘교향곡 F 장조 (Symphony in F Major, 1890)’, 오페라 ‘나의 친구 프리츠 (L’amico Fritz, 1891)’, ‘이리스 (Iris, 1898)’, ‘네로네 (Nerone, 1935)’ 등 작곡 활동을 계속하였으나 큰 성공을 하지 못하고 결국 동문이었던 푸치니의 명성에 밀려버리고, 지휘자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원히트원더 마스카니의 대표작인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매우 짧은 시기에 완성된 작품입니다.
1888년 7월, 손초노 음악 출판사에서는 아직 오페라를 발표한 적 없는 젊은 이탈리아 작곡가들을 대상으로 선정된 3편의 오페라를 무대에 초연시켜주는 조건의 단막 오페라 작곡 콩쿨을 열었으며, 마감이 불과 2달밖에 남지 않았을 때야 비로소 이 대회에 대해 알게된 마스카니는 동식물 연구가이자 작가였던 자신의 친구 ‘죠반니 타르지오 토체티 (Giovanni Targioni Tozzetti, 1712-1783)’에게 대본의 집필을 의뢰합니다.
토체티는 당시 이미 연극으로도 무대에 올려지며 크게 유행하고 있던 베르가의 소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대본으로 만들기로 결심하고 오페라 작사가였던 ‘귀도 메나시 (Guido Menasci, 1867-1925)’와 함께 극본을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간신히 최종 마감일에 완성되어 접수된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1890년 5월, 3편의 오페라 중 하나로 선정되었으며, 결과가 발표된 지 12일 뒤인 1890년 5월 17일 로마에서 초연되며 무려 40여회의 커튼콜을 받으며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게 됩니다.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은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오페라로, 당시 큰 사랑을 받았던 베르가의 소설, 연극보다도 더 큰 명성을 얻게되었습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한 소설가가 말년에 시골에서의 삶과 암투 등을 그린 단편 소설과 한 젊은 작곡가의 인생역전을
이룰 수 있게 해줬던 단막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가 ‘책 속에
스며든 클래식’ 그 29번째 주인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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