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스타브 플로베르 (Gustave Flaubert, 1821-1880)’는 10세의 나이에 이미 소설, 희곡 등을 쓰기 시작하였던 19세기를 대표하는 프랑스 사실주의 작가였습니다. ‘루엔 (Louen)’ 지방의 외과 의사였던 플로베르의 아버지 ‘아실 클레오페스 플로베르 (Achille-Cleophas Flaubert, 1784-1846)’는 전형적인 부르주아 계급의 인물이었으며 명석한 자신의 둘째 아들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법대에 들어가 입신양명하길 원하였으며, 귀스타브 역시 아버지의 의지를 따라 법대에 진학하였습니다.
그러나 22세가 되던 1843년 10월, 신경 발작으로 인하여 법학을 포기하고, 문학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플로베르는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도 썩어빠진 부르주아와 뜬구름만 좇는 사회와 문학계를 비판하고 진심으로 사람들을 깨우고 감동을 줄 수 있는 문학을 쓰기 위하여 노력하였습니다. 이 시기에 아버지 아실과 자신의 여동생이 세상을 떠나고 그는 예술이 제2의 자연과 같다고 생각하며 숲 속의 수많은 초록들 처럼 무한하면서 준엄한 존재라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작품 활동에 몰두하였습니다.
1851년 이집트로의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플로베르는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바탕으로 꿈 많은 부유한 젊은 여성이 결혼 생활에 환멸을 느끼던 중 바람둥이 남성을 만나 서서히 파멸해가는 과정을 쓴 사실주의 소설 ‘보바리 부인 (Madame Bovary)’로 사회에 큰 이슈를 일으켰으며, 당시 사회의 윤리와 종교를 모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경범재판소에서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1852년 2월, 무죄 판결을 받은 플로베르는 ‘현재’를 다루는 것이 아닌 ‘과거’를 다루는 소설을 집필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고 자료 수집과 휴양 등을 위하여 튀니지로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그렇게 집필을 시작한 플로베르는 1862년, 소설 ‘살람보 (Salammbo)’를 출판하며 또 한번의 큰 성공을 이루게 됩니다.
플로베르는 보바리 부인, 살람보 외에도 1877년 ‘세가지 짧은 이야기 (Trois Contes)’, 1874년 ‘성 앙투안의 유혹 (La Tentation de St. Antoine)’, 1881년 ‘부바르와 페퀴셰 (Boucard et Pecuchet)’, 1869년 ‘감정교육 (L’Education sentimentale)’ 등의 사실주의 문학 작품을 남기며 ‘프란츠 카프카 (Franz Kafka, 1883-1924)’와 같은 작가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많은 음악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프랑스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고대 국가 카르타고의 장군 바르카의 딸이자 카르타고의 여사제 살람보가 반란군의 수장 마토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으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었던 살람보와 마토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된다는 내용의 살람보는 특히 많은 음악가들의 작품 소재로 사용되었는데요.
1881년 이탈리아의 작곡가 ‘빈센초 포르나리 (Vincenzo Fornari, 1848-1900)’가 나폴리에서 오페라 ‘살람보와 주마 (Salambo e Zuma)’를 초연하였으며, 역시 이탈리아 작곡가인 ‘니콜로 마싸 (Nicolo Massa, 1854-1894)’와 ;알프레도 쿠스키나 (Alfredo Cuscina, 1881-1955)’가 각각 1886년과 1931년에 살람보를 소재로 오페라를 작곡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폴란드의 작곡가 ‘유제니우츠 모라브스키 다브로바 (Eugeniusz Morawski-Dabrowa, 1876-1948)’, 오스트리아 작곡가 ‘요제프 마티아스 하우어 (Josef Matthias Hauer, 1883-1959)’, 불가리아 작곡가 ‘베셀린 스토야노프 (Veselin Stoyanov, 1902-1969)’ 등이 살람보를 소재로 오페라를 작곡하였습니다. 또 1963년, 전람회의 그림,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 등으로 유명한 ‘러시아 5인조 (The Five, Могучая Кучка)’의 작곡가 ‘모데스트 페트로비치 무소르그스키 (Modest Petrovich Mussorgsky, 1839-1881)’는 플로베르의 살람보의 내용을 기본으로 ‘바실리 주코브스키 (Vasily Andreevich Zhukovsky, 1783-1852)’, ‘아폴론 마이코프 (Apolln Nikolaevich Maikov, 1821-1897)’ 등의 러시아 시인들의 시를 가사로 인용하며 오페라를 작곡하기 시작하였으나 6곡만을 남기고 미완성으로 남긴 채 세상을 떠났으며, 프랑스의 다다이즘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에릭 사티 (Eric ‘Erik’ Alfred Leslie Satie, 1866-1925)’가 살람보에서 영감을 얻어 그의 대표 작품인 ‘피아노 독주를 위한 3개의 짐노페디 (3 Gymnopedie for Piano Solo)’를 작곡하였습니다.
이렇게 많은 클래식 작품들의 소재가 된 ‘살람보’, 그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 바로 프랑스의 작곡가 ‘에르네스트 레이예 (Ernest Reyer, 1823-1909)’가 1890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초연을 올린 오페라 살람보입니다.
대본가 ‘카미유 뒤 로클 (Camile du Locle, 1832-1903)’가 각본을 쓴 5막으로 이뤄진 레이예의 오페라 살람보는 1900년 미국 뉴올리언즈와 1901년 뉴욕에서 무대에 올려지며 레이예의 명성 역시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갈 수 있도록 큰 기여를 한 작품입니다.
특히 레이예의 살람보는 1906년, 원작의 배경이었던 튀니지 카르타고의 원형 극장의 무대에 올려지기도 하였으며, 1943년 파리 오페라에 올려진 것을 마지막으로 잊혀졌던 이 오페라는 2008년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레이예의 사망 100주년 기념으로 무대에 올려지며 다시 사람들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순수하고도 사실적으로 치밀한 묘사로 이뤄진 낭만적이면서도 현재의 물질만을 탐욕하는
세상을 풍자한 작가 플로베르의 소설 ‘살람보’, 그리고 살람보를
소재로 한 여러 음악 작품들과 그 중 가장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 작곡가 레이예의 웅장한 오페라 ‘살람보’가 33번째 책 속에 스며든 클래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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