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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다뤄볼 영화는 바로 여자들이라면 꼭 봐야하는 여자를 위한 에로틱 영화라는 홍보와 함께 2015년 우리나라에서 개봉을 한 미국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50 Shades of Grey)’입니다.
영국의 작가인 ‘E. L. 제임스 (Erika Leonard James, 1963-)’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50가지 그림자-심연’, ‘50가지 그림자-해방’의 제목으로 발간한 연작 소설을 따라 이 영화는 ‘OST가 너무 좋은 쓰레기 영화’라는 불명예에도 불구하고 3편의 영화가 2018년까지 제작, 상영되었는데요. 영국 출신의 여성 감독 ‘샘 테일러 존슨 (Samantha ‘Sam’ Taylor Johnson, 1976-)’이 메가폰을 잡고,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 로빈후드 등에 출연한 아일랜드 출신의 배우 ‘제이미 도넌 (Jamie Dornan, 1982-)’이 남자주인공 크리스찬 그레이 역을, 그리고 영화 니드 포 스피드, 범죄의 제국 등에 출연한 미국 배우 ‘다코타 존슨 (Dakota Mayi Johnso, 1989-)’이 여주인공인 아나스타샤 스틸 역을 맡았습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아주 심플한데요. 갓 성인이 된 여대생 아나스타샤는 아픈 친구를 대신해 부유한 CEO 크리스찬 그레이의 인터뷰를 맡게 됩니다. 젊은 부호 그레이의 매력에 빠진 아나스타샤와 순수한 그녀를 조련(?!)시키고 싶어하는 그레이의 위험한 게임이 시작되며 둘은 가학적인 계약과 행위 속에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성적인 묘사가 다분한 이 영화에서도 클래식 음악이 (애석하게도) 등장하는데요. 바로 바흐의 하프시코드 독주곡 BWV.974입니다.
이 곡은 원래 이탈리아의 정치가이자 아마추어 음악가였던 ‘알레산드로 마르첼로 (Alessandro Ignazio Marcello, 1673-1747)’의 ‘오보에 협주곡 (Oboe Concerto in d minor, S Z799/D935)’을 바흐가 하프시코드 독주를 위하여 편곡한 곡입니다.
마르첼로는 12곡의 바이올린 소나타집과 오보에 협주곡 등 50여곡의 작품을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요. 가명으로 활동하였기에 대부분의 그의 작품들은 비발디나 마르첼로의 동생이자 작곡가였던 베네데토 마르첼로의 작품으로 오랜 시간 전해져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르첼로의 오보에 협주곡은 1714년 경에 작곡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바흐가 하프시코드 편곡본을 발표하고도 몇년이 지난 후인 1717년에 암스테르담에서 처음 출판되었습니다.
1악장 ‘안단테 스피카토 (Andante Spiccato), 2악장 ‘아다지오 (Adagio)’, 3악장 ‘프레스토 (Presto)’로 이뤄진 마르첼로의 오보에 협주곡은 바흐가 1715년 하프시코드를 위한 독주곡으로 편곡하였습니다.
바흐는 1713년부터 1714년까지 비발디, 텔레만, 토렐리, 마르첼로 등의 당대 최고의 바로크 작곡가들의 협주곡들을 하프시코드 독주를 위하여 편곡하였고, ‘16곡의 다양한 마에스트로들의 협주곡 (16 Konzerte nach verschiedene Meistern/16 Concertos by various Maetros), BWV.972-987’이란 이름으로 출판하였습니다.
이 16곡의 작품들 중 바로 3번째 곡이 바로 ‘하프시코드 협주곡 작품번호 974 (Concerto in d minor, BWV.974 after Oboe Concerto in d minor, S.Z799 by Alessandro Marcello)’이며 그 중 2악장 아다지오가 바로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 등장합니다.
영화에서 뜨거운 밤을 보낸 두 주인공, 아침에 눈을 뜬 아나스타샤는 피아노 선율에 이끌려 거실로 나가고, 그 곳에서는 반라의 크리스찬 그레이가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 바흐의 하프시코드 독주곡 2악장 아다지오를 연주하고 있으며 아나스타샤는 그에게 다시 한번 반하게 되죠..
전악장이 10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곡이지만 마르첼로의 오보에 협주곡도, 바흐의 피아노, 또는 하프시코드의 독주곡 버전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할리퀸 소설이나 영화를 대표한다 할 수 있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서도 느낄 수 있듯, 이 곡을 분위기 있게 연주한다면 아름다운 이성을 유혹하는데 더할나위 없을 곡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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