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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냥의 클래식 칼럼/[브런치스토리] 클래식 매거진

브런치 칼럼 #52. 영화 '아가씨',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오중주 '슈타들러'

by zoiworld 2019.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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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주소는 https://brunch.co.kr/@zoiworld/127 입니다~

 

오늘 다뤄볼 영화는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 감독인 박찬욱 감독의 2016년 영화 아가씨에 등장한 클래식 음악 2곡 중 첫번째로 다뤄볼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5중주, 작품번호 581 2악장입니다.

 

끌림, 작은 이방인과 같은 소설을 쓴 영국의 소설가 세라 워터스 (Sarah Waters, 1966-)2002년 역사 스릴러 소설 핑거스미스 (Fingersmith)는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소매치기들의 품에서 자란 여자아이와 부유한 귀족의 유산을 노리는 사기꾼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소설로 부커상 후보에 오르며 영국 추리작가 협회가 주는 역사 소설 부문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올드 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스토커, 설국열차 등으로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거장 감독으로 자리잡은 박찬욱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세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 1930년대 일제 강점기 시대의 조선을 배경으로 새롭게 각색하여 제작된 2016년 영화 아가씨는 아가씨 히데코 역의 김민희, 소매치기이자 하녀로 위장하는 남숙희 역의 김태리, 남숙희와 공모하여 히데코의 재산을 노리는 후지와라 백작 역의 하정우, 히데코의 이모부이자 약혼자인 코우즈키 역의 조진웅 등이 출연하였습니다.

 

영화 아가씨는 원작 소설처럼 1부에서 3부로 나눠져 1부는 하녀로 위장하여 코우즈키의 저택으로 들어가는 남숙희의 시점에서, 2부는 아가씨 히데코의 시점, 그리고 3부는 1부와 2부의 이야기의 결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후지와라 백작이 히데코를 유혹하여 결혼을 한 뒤에 그녀를 정신병원에 가둬 재산을 가로챌 음모를 꾸미고 그 일을 도와줄 조력자를 구하러 사기꾼들의 집단으로 찾아와 소매치기인 남숙희에게 재산을 나누기로 약속하고 숙희를 하녀로 위장시켜 코우즈키의 백작으로 보냅니다. 알고보니 히데코와 후지와라 백작은 이미 서로 알고 있던 사이였으며, 히데코는 재산과 변태적인 이유에서 자신과 약혼을 하고 속박을 하고 있는 이모부 코우즈키에서의 자유를, 그리고 후지와라 백작은 돈을 위하여 숙희를 이용할 책략을 꾸몄던 것입니다. 결국 히데코와 바꿔치기 당하여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 숙희, 그러나 여기서 반전이 하나 더 등장하니, 바로 히데코와 숙희가 함께 생활을 하다 서로 사랑에 빠진 것입니다. 히데코는 백작을 유혹하는 척하며 백작이 재산을 처분하고 모은 돈을 모두 가지고 숙희와 함께 도망을 칩니다. 결국 코우즈키에게 붙들린 백작은 지하실에서 고문을 받게 되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수은으로 만든 담배를 피우고 코우즈키와 함께 목숨을 끊게 됩니다.

 

한국 영화 최초로 영국의 아카데미 상 BAFTA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아가씨에는 2개의 클래식 음악이 등장하는데 그 중 히데코의 시점이 끝나는 3부의 시작 부분에 등장하는 작품이 바로 모차르트의 유일한 클라리넷 오중주 작품인 클라리넷 오중주 작품번호 581 슈타들러 (Clarinet Quintet in A Major, KV.581 Stadler) 2악장 라르게토 (Larghetto)입니다.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 오페라 마술피리, 돈 죠반니, 레퀴엠 등으로 음악사 상 가장 위대한 음악가 중 한명으로 손꼽히는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 (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는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인 1789, 극심한 빈곤 속에서 작곡된 작품입니다. 악기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클라리넷이 다양한 음색과 감정 표현에 능숙해지며 많은 음악가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하던 시기에 작곡된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5중주는 전형적인 2대의 바이올린, 1대의 비올라, 1대의 첼로 구성의 현악사중주에 클라리넷이 함께 연주되는 악기 구성으로 되어 있는데,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오중주는 현재까지도 모차르트가 사망하던 1791년에 작곡된 클라리넷 협주곡, 1786년에 작곡된 피아노, 비올라, 클라리넷을 위한 케겔슈타트 트리오 (Kegelstatt Trio in E flat Major, KV.498)과 함께 매우 중요한 클라리넷 레퍼토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당시 모차르트와 매우 친분이 깊었으며, 모차르트가 쓴 3개의 중요한 클라리넷 레퍼토리를 모두 헌정한 오스트리아의 클라리넷 연주자 안톤 슈타들러 (Anton Paul Stadler, 1753-1812)는 빈곤에 시달리는 모차르트와 모차르트의 가족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줬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슈타들러에게 감사하는 의미로 작곡된 클라리넷 오중주는 1악장 알레그로 (Allegro), 2악장 라르게토 (Larghetto), 3악장 미뉴엣 (Menuetto), 4악장 알레그레토 콘 바리아치오니 (Allegretto con variazioni)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중 2악장 라르게토는 클라리넷이 아름다운 주선율로 시작하는 이 곡의 가장 유명한 악장입니다. 서정적이면서도 각 악기의 아름다움이 도드라지는 이 악장은 영화 아가씨에서 숙희가 정신병원에 끌려가는 것을 보던 히데코가 배가 고프다며 백작을 데리고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하는 장면에 등장합니다.

 

이미 히데코에게 사랑에 빠져버린 백작이 남숙희로 자신과 결혼해달라고 하며 자신이 사랑을 하다 비참한 꼴을 당하더라도 불쌍하게 여기지 말라는 말을 하고, 사랑.. 사기꾼이 사랑을 하나요?라고 대답하는 장면에서 등장하며 아름답지만 서글픈 멜로디와 뒤틀린 주인공들의 모습이 묘하게 얽혀갑니다.

 

다음 시간에는 영화 아가씨의 엽기적인 장면에 등장한 프랑스 작곡가 라모의 음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