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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냥의 클래식 칼럼/리뷰 [책 속의 클래식]

리뷰 2019년 9월호 - 가곡의 교과서 독일 시인 하이네의 '노래의 책', 파니 멘델스존의 3개의 노래 중 '상실'

by zoiworld 2020.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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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대문호 하인리히 하이네 (Heinrich Heine, 1797~1856)노래의 책 (Buch der Lieder) 속의 시들을 토대로 작곡된 많은 작품들 중 열한번째로 다뤄볼 작품은 우리에게는 펠릭스 멘델스존의 누나로 알려져있는 독일의 여성 작곡가 파니 멘델스존 (Fanny Mendelssohn-Bartholdy, 결혼 후 Fanny Hensel, 1805-1847)3개의 노래 (3 Lieder, 펠릭스 멘델스존의 작품번호 9, No.7, 10, 12) 2번째 곡인 상실 (Verlust)입니다.

 

파니 멘델스존은 은행장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부유하게 자란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습니다. 아버지 아브라함 멘델스존 바르톨디 (Abrahma Mendelssohn-Bartholdy)와 어머니 레아 멘델스존 바르톨디 (Lea Medelssohn-Bartholdy) 4명의 자녀를 뒀는데, 첫째였던 파니 멘델스존은 특히 한여름 밤의 꿈, 바이올린 협주곡 등으로 유명한 작곡가이자 4남매 중 둘째였던 펠릭스 멘델스존 (Jacob Ludwig Felix Mendelssohn-Bartholdy, 1809-1847)와 매우 친밀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펠릭스 멘델스존과 함께 음악을 배웠던 파니 멘델스존은 13세의 나이에 1시간 정도의 연주 시간이 걸리는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을 암보로 완벽하게 연주할 정도로 뛰어난 음악적 능력을 보여줬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19세기 초 당시 상류층 여성이 전문적인 음악가로 활동하는 것을 매우 불경한 것으로 생각하던 분위기와 동생 펠릭스 멘델스존의 음악가로서의 명성을 위하여 아버지 아브라함 멘델스존이 파니 멘델스존의 공개된 석상에서의 음악 연주와 작곡한 작품들의 출판을 금지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파니 멘델스존은 자신의 작품을 펠릭스 멘델스존의 이름으로 출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펠릭스 멘델스존의 이름으로 출판된 가곡은 6곡이며 그 중 3곡은 12개의 노래 작품번호 8 (12 Gesaenge, Op.8) 2, 3, 12번째 곡으로, 나머지 3곡은 12개의 노래 작품번호 9 (12 Gesaenge, Op.9)7, 10, 12번째 곡으로 수록되었습니다.

 

요즘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유로 인하여 자신의 음악적 재능과 창작의 날개를 꺾여버린 파니 멘델스존, 아버지와 함께 그녀의 음악 활동을 반대했떤 펠릭스 멘델스존은 후에 나의 누나가 나보다 더욱 뛰어난 작곡가였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하였는데요. 후에 음악에 대한 열정을 꺾을 수 없었던 그녀를 이해해주는 화가 빌헬름 헨젤 (Wilhelm Hensel, 1794-1861)과 결혼한 파니 멘델스존은 살롱 음악회를 주최하며 260여곡의 가곡과 120여곡의 피아노 작품을 작곡하였습니다.

또 파니 멘델스존이 40세가 되던 1845년부터 그녀와 남편 헨젤은 파니 멘델스존의 이름으로 작품집을 출판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며, 파니 멘델스존은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되는 쳣 작품집을 위하여 작곡 작업에 몰두하였으나 42세라는 젊은 나이에 작품집의 출판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만 비운의 음악가라 볼 수 있는데, 현재는 그녀의 작품들이 세상의 빛을 보며 점차 더욱 많이 연주되어 가는 추세입니다.

 

펠릭스 멘델스존의 작품 번호 9번으로 출판된 가곡 모음집에 포함된 파니 멘델스존의 3개의 가곡은 후에 3개의 노래 (3 Lieder)라는 이름으로 따로 분리되어 출판되고 또 많이 불려지게 되었는데요. 그녀가 25세의 나이였던 1830년에 작곡된 것으로 알려진 이 3개의 노래는 1. 그리움 (Sehnsucht), 2. 상실 (Verlust), 3. 수녀 (Nonnte)란 제목을 파니 멘델스존이 직접 붙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독일의 역사가 요한 드로이젠 (Johann Gustav Droysen, 1808-1884)의 시 멀리 그리고 더 멀리 울리는 소리 (Fern und ferner schallt der Reigen)에 작곡을 한 첫번째 곡 그리움 (Sehnsucht), 독일의 시인이자 문학가 루드비히 우란트 (Johann Ludwig Uhland, 1787-1862)의 시 고요한 수도원 정원에서 (Im stiller kolstergarten)에 곡을 붙인 세번째 곡 수녀 (die Nonne)와 함께 수록된 두번째 노래 상실 (Verlust)가 바로 하이네의 시이자 가곡의 교과서 노래의 책 (Buch der Lieder)에 수록된 시에 작곡한 작품입니다.

 

노래의 책 중 서정적 간주곡 (Lyrisches Intermezzo) 22번째 시인 그리고 만일 저 꽃이 안다면 (Und wuesstens die Blumen, die kleinen)은 실연의 아픔을 속으로 삼키며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잘 드러나는 작품인데요.

파니 멘델스존은 이 시에 곡을 작곡하며 상실이라는 제목을 지어 작품의 이해를 돕고자 하였으며, 그 상실이라는 제목에 어울리게 2분이 걸리지 않는 짧은 곡임에도 매우 서정적이면서도 공허한 심정을 담백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Verlust/Und wuesstens die Blumen, die Kleinen (상실/그리고 만일 저 꽃들이 안다면)

Und wuesstens die Blumen, die Kleinen,

Wie tief verwundet mein Herz,

Sie wuerden mit mir weinen,

Zu heilen meinen Schmerz.

 

Und Wuesstens die Nachtigallen,

Wie ich so traurig und krank,

Sie liessen Froehlich erschallen

Erquickenden Gesang.

 

Und wuessten sie mein Wehe,

Die goldnen Sternelein,

Sie kaemen aus ihrer Hoehe,

Und spraechen Trost mir ein.

 

Die alle koennens nicht wissen,

Nur eine kennt meinen Schmerz;

Sie hat ja selbst zerrissen,

Zerrissen mir das Herz.

 

마음 속의 이 깊은 상처를

저 작은 꽃들이 안다면

나의 괴로움을 덜어주려

함께 울어줬을텐데..

 

이렇게 나의 마음이 아프고 서러운 것을

나이팅게일이 알고 있다면

내 기분을 즐겁게 만들어주기 위하여

노래를 지저귀지 않았을까..

 

나의 괴로움을 알고 있다면

저 높은 곳에서 반짝이는 작은 별들도

높은 저 하늘 위에서 내려와

나를 따뜻하게 위로해 줄 것을..

 

그러나 아무도 모를 것이야,

오직 한 사람만이 알고 있을 뿐;

내 가슴을 갈기 갈기 찢어버린

오직 그녀만이 알고 있을 뿐..

 

펠릭스 멘델스존과 그 음악적 성향이 매우 비슷하면서도 더욱 섬세하고 애절한 파니 멘델스존의 음악적 성향이 잘 드러난 가곡 상실과 그 작품이 모태가 된 하이네의 시 그리고 만일 저 꽃들이 안다면이 책 속에 스며든 클래식 36번째이자 가곡의 교과서 하이네의 노래의 책의 11번째 글의 주인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