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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하여 1년이 미뤄져 올해 7월 23일부터 8월 8일까지 17일간 무관중으로 진행된 세계인의 축제 하계 올림픽! 일본의 수도 도쿄에서 치뤄진 도쿄올림픽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폭염으로 인하여 집에만 머물러 있던 전세계인에게 큰 희망과 위안을 준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아티스틱 스위밍, 리듬 체조 등 다양한 종목에서 클래식 음악들이 쓰여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다양한 국가가 울려퍼지는 시상대에서 자신의 국가 대신에 클래식 음악이 쓰이는 경우에 어리둥절한 사람들도 많았을텐데요. 바로 러시아 국가 대신 울려퍼진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이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발레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잠자는 숲속의 미녀, 비창 교향곡 등의 작품으로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한명인 ‘표트르 차이코프스키 (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는 러시아 국민악파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은 후기 낭만 작곡가입니다.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3개의 피아노 협주곡 중 첫번째 협주곡인 ‘피아노 협주곡 1번 내림 나단조 작품번호 23번 (Piano Concerto No.1 in b flat minor, Op.230’은 그가 1874년에 당시 모스크바 음악원장이자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였던 ‘니콜라이 루빈슈타인 (Nikolai Grigoryevich Rubinstein, 1835-1881)’를 위하여 작곡하였습니다.
그러나 1874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헌정하려던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에 대해 ‘촌스럽고 진부하다’란 혹평을 남긴 루빈슈타인에게 마음이 상한 차이코프스키는 루빈슈타인의 수정 요구를 거절하였고, 1875년 독일의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 ‘한스 폰 뷜로 (Hans Guido Freiherr von Buelow, 1830-1894)’에게 재헌정하였습니다.
이 곡은 1875년 미국 보스턴에서 초연을 올렸으며 차이코프스키에게 이 곡을 극찬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3년이 지난 1878년에 루빈슈타인은 이 곡에 대한 평가를 철회하고 차이코프스키에게 사과하며 두 사람의 관계도 회복이 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악장 ‘알레그로 논 트로포 에 몰토 마에스토소-알레그로 콘 스피리토 (Allegro non troppo e molto maestoso-Allegro con spirito)’, 2악장 ‘안단티노 심플리체-프레스티시모 (Andantino somplice-Prestissimo)’, 3악장 ‘알레그로 콘 푸오코 (Allegro con fuoco)’로 구성된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중 1악장의 도입부는 클래식 음악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매우 익숙한 주제 멜로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도입부는 차이코프스키가 우크라이나 키에프 근교에 있는 시장 거리에서 들었던 거리 음악가들의 음악에서 기반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차이코프스키는 이 주제가 단 두번만 이 곡에서 들리도록 작곡하였으며, 이 주제가 도쿄 올림픽에서 러시아의 국가 대신 울려퍼졌습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 러시아가 국가에서 체계적인 자행한 조직적인 도핑 사건이 터지며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심지어 장애인 선수들의 경기인 패럴림픽에서도 도핑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며 세계적인 문제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하여 도핑 사건에 연루된 모든 러시아 선수들이 딴 기존의 메달들은 모두 몰수되었으며 러시아는 2020 도쿄올림픽,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2022 카타르 월드컵에 국가로서는 참여할 수 없는 조치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러시아 선수들은 ‘러시아 올림픽 선수단 (Russian Olympic Committee, 줄여서 ROC)’란 이름으로 국제 대회에 출전하였으며 국기나 국가명, 그리고 국가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러시아 올림픽 선수단은 금메달을 획득하고도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곡가인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의 1악장을 국가 대신 연주하게 하고 ROC 오륜기가 대신 계양되었습니다.
도핑으로 얼룩져 국가명조차 쓸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러시아 국가 대신 울려퍼지는 클래식 음악인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 중 1악장, 만약 차이코프스키가 현재도 살아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했을지 매우 궁금한 씁쓸하면서도 헛웃음이 나오는 풍경이 전세계 국민들에게 연출된 장면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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