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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냥의 클래식 칼럼/삼성 7기 칼럼(完)

2014년 8월 #4.나...지금 떨고 있니?

by zoiworld 2015.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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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4.나...지금 떨고 있니?

 

https://www.familysamsung.com/nonmember/familycolumn_show/17966?page=23&perPage=10&sort=id&order=desc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는데 잘 지내고 계시죠?

약속을 결국 지키지 못하고 몇 주만에 돌아온 양치기 쏘냥입니다ㅠㅠ

 

며칠간 연주회가 많아 준비하고 하느라...

약속을 지키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9월부터는 매주! 토요일!!에 업데이트 하겠습니다..(가끔 늦어지면 일요일이라도!)

양치기 소년도 3번은 믿어줬으니 한번만 더 믿어주세요~~~^^;

 

 

 

 

오늘 오프닝으로 들려드릴 음악은 바이올린의 황제라 불리는

리투아니아 태생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야샤 하이페츠(Jascha Heifetz, 1901~1987)가 연주하는

벨기에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앙리 비외탕 (Henri Vieuxtemps, 1820~1881)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입니다.

 

 

이 동영상은 오늘 칼럼의 뒷부분의 다른 영상과 비교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니

오늘도 플레이 한 후 시작해볼까요??

 

 

오늘은 무대 위의 나지금 떨고 있니?란 제목으로 칼럼을 써보려 하는데요.

화려한 무대 뒤에 숨겨진 연주자들의 두려움, 징크스들에 대해 까발려 보겠습니다.

 

 

 

 

 

<서울 영산 아트홀에서 연주 중의 제 모습입니다아무도 못 알아보는 이유는….ㅠㅠ>

 

 

 

진한 메이크업을 하거나 멋진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무대 위에서 아름다운 음악과 화려하고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클래식 음악가들,

그들이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보통 음악가들이 독주회나 협연 등 큰 연주회를 하는 경우,

1개월에서 1년 정도 준비를 해요.

 

특히 악기를 연주하는 연주자들은 피아노 반주자와의 호흡을 위해 오랫동안 함께 연습한답니다.

곡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오랜 시간 투자를 하죠.

오죽하면 10000시간을 연습해야 무대 위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한번 들려줄 수 있다는 말이 있을까요..

 

특히 40-50분이 되는 곡을 외워서 연주해야 하는 경우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악보를 통째로 외우는 수준으로 달달~ 외운답니다.

사전을 씹어먹듯! ^^;;;;;;;;;;

 

제 경우엔 암보로 연주하는 경우 오선지에 제가 외운 음악의 전부를 2-3번 써본답니다.

물론 악보를 보지 않는 상태에서요.

그래서 영어 단어 공책에 써가며 외우듯 계속 흥얼흥얼거리며 악보에 그려요ㅎㅎ

사실 이게 시간이 많이 들고 팔이 너무 아프기도 하고,

넌 무슨 작곡을 하니?” 란 소리도 듣기 때문에

 

귀찮은데 그냥 하지 말까란 생각이 자주 들어요.

하지만 버릇이 되어버려서인지 만약 이렇게 쓰지 않으면 연주할 때 불안하더군요.

다 외워서 악보를 다 쓰고 난 후에는

~ 다행이다. 난 이 곡을 완전히 다 외웠어란 안도감 때문인지

연주할 때도 훨씬 안정감 있게 연주할 수 있구요.

 

이게 바로 징크스일까요?

 

 

연주자들은 또한 연주회 당일,

연주회가 저녁 7시 반이나 8시에 시작하는 경우

2~3시쯤 공연장에 도착해 리허설과 꽃단장을 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관객들을 기다린답니다^^

 

 

 

 

 

<텅빈 무대와 스포트라이트, 출처: http://www.nemc.com/resources/articles/stage-fright_33>

 

 

 

음악가들이 무대에 설 때 가장 큰 적은

관객(?)도 아니고 라이벌이나 함께 연주하는 음악가가 아닌

바로 무대 공포증이예요.

 

그래서 그런지 작고 특이한 징크스에 민감하답니다.

 

 

우선 연주자들의 가장 큰 적인 무대 공포증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연설 때마다 무대공포증 때문에 말을 더듬는 영국의 조지 6세를 다룬 영화 킹스 스피치,

출처: http://befreesoul.tistory.com/143>

 

 

무대 공포증(, stage fright)은 독어로는 람펜피버(Lampenfieber)라 불리우는데 이 단어가 참 재밌어요.

람펜(Lampen)은 램프, 피버(Fieber)는 열/열병, 즉 "램프 열병"이예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머릿속이 캄캄해지고 몸이 덜덜 떨리고 가슴이 쪼그라드는 현상인데요.

 

꼭 연주자들이나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만 겪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경우에도 나타나죠.

그래서 그걸 극복하기 위해 지하철 안으로 뛰어들어 문이 닫히기 전에

나는 람보다 다다다다~~~~”를 외치고 도망가는 사람도 있었다는

믿거나 말거나 스토리도 있으니까요^^;;

 

 

저는 사람들 앞에서 주목받으며 연주하고 얘기하고 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한번도 무대에서 그런 마음을 느껴본 적은 없지만,

제 마음과 머릿속은 편안한데 왼쪽 다리만 달달~ 떨렸던 적은 한번 있어요.

드레스를 입어서 다행이지 개다리춤 추면서 악기 연주하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몰라요....ㅠ_ㅠ

 

 

의외로 상당히 많은 연주자들이 이 무대 공포증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무대 공포증의 음악가 출처: http://www.karriere.at/blog/lampenfieber-bekaempfen-teil-2.html>

 

 

 

저와 친한 어떤 연주자의 경우,

함께 연주하는 여러 사람들 중 제일 열심히 연습하고 준비하는 분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연주 무대에 올라가면 그야말로 블랙아웃”이 와버려서 

함께 연주하는 사람들과 눈을 맞추거나 호흡을 하는 것을 전부 까맣게 잊고

눈가리개를 한 말이 직진 하며 달려가듯 "마이웨이~~~"연주를 한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그 당황함과 불안함이

고스란히 얼굴에 다 나타나 관객이 느낄 정도라

동료들에게는 안타까움을 관객들에겐 당황스러움을 안겨주고 있어서 

큰 고민 거리가 되고 있어요.

 

 

그렇다면 무대 공포증은 왜 나타나는 걸까요?

 

많은 연주자들이 무대 공포증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연습 부족이겠지만..

그 외에도 여러 이유가 있어요.

 

 

첫번째 이유는

오랜 시간을 준비한 연주자들이 단 한번 연주회에서 그 곡을 선보이는데

틀렸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수정을 하거나

다시 한번 연주하고 갈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연주를 완벽하게 잘하고 싶다, 기가 막히게 멋있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

...와 같은 욕심이 과하게 영향을 미쳐 부담이 되어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글렌 굴드의 명반으로 손꼽히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 재킷,

출처: http://ecx.images-amazon.com/images/I/51KD7mzxtdL.jpg>

 

 

괴짜 피아니스트로 유명했던 캐나다 출신의 글렌 굴드 (Glenn Gould, 1932-1982)는 이런 말을 남겼는데요.

 

단 한 사람이 보고 있다고 해도,

그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내 연주를 과장되게 만들었고,

그건 내가 연주를 하는데 하나의 버릇이 되고 말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음악보다는 관객들의 반응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는 걸 의미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건 음악의 목적과는 맞지 않은것이다.

 

그는 이 말을 남긴 32세 이후

다시는 무대에 오르지 않고 사망한 50세까지 레코딩 작업만 했답니다.

 

음악을 있는 그대로의 감성으로 표현을 하며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닌

오버 액션을 취하는 건 진정한 음악을 들려주는게 아닌

고통일 뿐인 속임수라고 생각한 점도 크지만,

그가 생각하는 진짜 음악이 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큰 심적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요?

 

 

 

 

 

<아돌프 폰 헨젤트의 초상화와 친필 악보, 출처: http://en.wikipedia.org/wiki/Adolf_von_Henselt>

 

 

무대공포증이 생기는 또 다른 이유는

무대에 오르는 순간 오롯이 자신이 모든 사건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

또 포커스가 자신에게 몰리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가 눌려서 공포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리스트에 버금가는 피아니스트로 알려져있는 독일의 아돌프 폰 헨젤트 (Adolf von Henselt)

너무 내성적이였기 때문에 청중들 앞에 나서기만 하면 엉망진창으로 연주를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는 경우에도

오케스트라가 전주를 치는 동안에는 무대 뒤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자신이 연주할 타이밍에 후다닥 무대에 뛰어와 앉는 둥 마는 둥 하고 연주를 했다고 합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암보에 대한 부담감이죠.

 

클래식 음악가는 아니지만...

미국의 유명한 가수인 바바라 스트라이잰드(Barbra Streisand, 1942~)

1967 10만명이 넘는 청중이 모인 뉴욕의 센트럴파크 공연 중

세곡의 가사를 연속으로 잊어버리는 바람에

 노래가 나오는 내내 우두커니 서있기만 했어요.

 

그 때의 충격으로 27년간 라이브 무대는 선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출처: http://fabafter40.tumblr.com/post/32704166869/rappler-request>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명한 피아니스트인 알프레드 브렌델(Alfred Brendel, 1931~)은 이런 말을 남겼어요.

 

공연을 하는 중에 악보를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는 오케스트라와의 연주보다는 독주회에서 자주 일어나는데

이런 경우에 나는 어떻게 해서든 기억을 되살리려 노력하며 어렵게 어렵게 연주를 끌어간다.

에드빈 피셔(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Edwin Fischer, 스위스, 1886~1960),

아르투르 슈나벨(피아니스트, Arthur Schnabel, 오스트리아, 1882~1951) 등도

연주회 도중에 그 이유로 고생한 적이 있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악보를 보고 해도 되는 곡이 있는가 하면

무조건 외우지 않으면 안되는 곡들도 있기 때문에

외워서 곡을 하는 경우엔 이처럼 대가들까지도 많은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걸 알 수 있죠.

 

 

마지막 이유는 과한 잡생각들이 연주 중에 들어오는 경우

집중력이 흐트러져버리는 바람에 "멘붕"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무대 위에서 연주를 하는 경우 온전히 음악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 저기서 핸드폰이 울리네'

'셋쩨줄 가운데 우리 학교 학생이네~'

'저기 저 아저씨 졸고 계신걸..' 이나,

'오늘 가스불을 잠그고 왔던가?'

'배고프다' 같은

딴생각이 들 때가 가끔 있어요.

 

이때 페이스를 잃게 되면

음악을 잊어버린다던가 심한 경우 멈춰버리는 경우가 생기죠..

 

 

이런 이유로 1시간에서 2시간 정도의 공연을 이끌고 나가기 위해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하는 연주자들, 또는 연극 무대에 오르는 배우의 집중력을 흐리게 만드는

 

후레쉬로 사진 찍기 금지

핸드폰으로 찰칵~사진 찍기 금지

공연 중 통화 금지

음료나 음식 섭취 금지

연주 중 기침 삼가

바스락거리는 소리 내지 말기등을

공연 전에 상기시키는 거랍니다.

 

특히 음식을 드시면 무대 위의 연주자들도 먹고 싶어져서 정말 힘들어요..

 

이건 슬프게도 제 경험담이이랍니다..

 

2005년에 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중국 순회 공연(?)을 갔었을 때 일입니다.

중국 간부들은 객석 정중앙에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는 곳에 앉더라구요.

연주를 보며 차를 마시고 다과를 즐기는데

야구장에서 치맥을 즐기던 저로써는

그날 거의 공복이였던 상황에 참지 못해 배가 고파 쓰러졌다나 어쨌다나..

 

(사실 진짜 더위와 강행군에 지쳐 연주 중간 갑자기 쓰러져서

첼로하는 옆의 동료가 질질 끌고 나가거였지만...

배고픔도 큰 비중을 차지할거라 생각합니다..ㅎㅎ)

 

 

 

 

 

 

지금쯤 처음 들려드렸던 하이페츠의 비외탕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이 끝났을 것 같아

왜 그 영상을 오프닝으로 올렸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지금 올린 동영상은 그 하이페츠가 자신들의 제자들 앞에서

비외탕 협주곡을 공포로 인해 오디션이나 무대 위에서 벌벌 떨며 연주하는 학생들을

따라 연주하는 희귀 영상입니다..

 

사람들이 웃는 이유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은 거장 하이페츠가

긴장한 상태로 연주를 할 때 실수하는 부분을 정확히 잡아내 따라 연주했기에

공감하는 의미의 웃음이예요.

 

분명 저렇게 웃는 사람들 중에도

무대공포증으로 인해 덜덜 떨며 연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있겠죠?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처음 동영상과 지금 동영상의 연주자는 동일인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무대 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서 음악가들은 어떤 노력을 할까요?

 

1.     약의 힘을 빌립니다.

우황*심환 아시죠그걸 반알 정도 연주 20-30분 전에 먹고 들어가는 연주자들이 많아요.

한알 다 먹으면 심장박동수가 너무 느려져 좀 멍해지는게 있어서

연주에 집중하기가 더 힘들어진다고 하더군요.

 

전 남들 다 먹기에 반알을 따라 먹었다가

따뜻~~한 스포트라이트에 연주하는 내내 졸려서 곤욕을 치른 적이 있어요.

 

무대 공포증이 없는 사람이 먹으면 손도 머리도 마음도 표정도 연주도 질질~느려진다는 것!

 

 

2.     알콜의 힘을 빌립니다.

! 연주하는데 무슨 술이야?란 생각을 하실 수도 있는데,

만취가 되서 음주 플레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와인 반잔 정도, 맥주 반잔 정도 마시고

몸과 마음을 릴렉스 시키고 연주에 임하는 분들이 꽤 많답니다.

 

수위 조절에 실패하면..

연주자는 천상의 음악을 연주했으나

듣는 관객들은 진상의 음악을 듣고보고 가게 된다는 위험이 있지만요….^^;

 

오스트리아의 소프라노 군둘라 야노비츠(Gundula Janowitz,1937~)

공연 전 화이트 와인 한병을 준비한 후,

공연 짬짬이 마시며 공연이 끝날 즈음에는 한병을 다 마셔버리는 것으로 유명했죠.

다행히 전혀 취한 기색 없이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했다고 해요.

 

 

 

 

<백포도주 한잔 걸치고 열연 중인 군둘라 야노비치,

출처: http://www.rubylane.com/item/429-col8661/Gundula-Janowitz-Autograph-5-x78-7>

 

 

3.     정신과 상담을 받습니다.

무대 공포증이 심각해져서 연주회에 오르지 못할 정도가 되면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합니다.

칠레 출신의 유명한 피아니스트 클라우디오 아라우(Claudio Arrau, 1903~1991)

10대때 이 무대 공포증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어요.

 

 

4.     줄담배로 정신적인 안정을 찾는답니다..

음악가들 중에는 유난히 헤비 스모커가 많은데요.

 

그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캔디드 등을 작곡한

미국의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18918~1990)입니다.

번스타인에게는 담배 관리자가 따로 있을 정도였는데

그가 지휘를 마치고 무대 밖으로 나가기가 무섭게

담배 관리자가 번스타인에게 담배를 주고 불을 붙였다고 하네요^^

 

 

 

 

 

<무대 위에서 파이프를 물고 연주 중인 카잘스,

출처: http://www.google.co.kr/url?sa=i&rct=j&q=&esrc=s&source=images&cd=&cad=rja&uact=8&docid=KpbHwU-IVWz2sM&tbnid=4UYCabJ7uBroTM:&ved=0CAMQjhw&url=http%3A%2F%2Fwww.gettyimages.com%2Fdetail%2Fnews-photo%2Fspanish-cellist-composer-and-conductor-pablo-casals-during-news-photo%2F3294594&ei=YZQAVPu6E4Lp8AXM8oH4Ag&bvm=bv.74115972,d.c2E&psig=AFQjCNGfPW6HgbtJm98WNUWNKkpx1VXAUw&ust=1409410387669745>

 

 

스페인 출신의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1876~1973)는 파이프 담배를 사랑한 음악가였습니다.

늘 파이프를 삐딱하게 물고 연습을 했는데,

파이프를 물고 연주하는 것이 너무 익숙해져서

연주회 때 무대로 나갈 때 파이프를 물고 나간 적도 있어요..

 

 

5.     징크스에 집착을 하게 된답니다.

아까 위에서도 잠깐 언급을 했었지만 전 암보를 하는 연주의 경우

연주 전에 오선지에 2-3번 써야만 하는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징크스"는 많은 음악가가 가지고 있어요.

특이한 징크스 몇가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제가 아직은 팔팔했던 10대와 20대 때,

연주회장에 도착해서 연주가 끝나는 순간까지 물한잔 입에 대지 않았어요.

공복이 날기 편해요~란 슈퍼맨 처럼 공복이 연주하기 더 편해요~란 생각이였죠.. 

 

지금은 나이가 먹어가고 체력이 딸려서 먹지만..

큰 연주가 있을 때는 여전히 정말 적게 먹고 있다죠.

당. 연. 히.

연주가 끝나자마자 폭식을 하지만요....^^;;;;;;;;;;;;;;;;;;;;;

 

 

 

 

 

<글렌 굴드와 스타인웨이 피아노, 그리고 아버지의 의자,

출처: http://www.brunomonsaingeon.com/EN/PERFORMERS/GOULD.html>

 

 

앞서 나왔던 괴짜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경우,

늘 자신의 슈타인웨이 피아노 (Steinway)를 가지고 다니며 연주를 했는데

지구 반대편으로 연주 여행을 떠나도 이 피아노와 함께한다는 건..

이동 비용뿐만 아니라 그가 얼마나 징크스에 집착했는지 알 수 있답니다.

 

또 그는 굴드의 아버지가 직접 만들어 준 의자를 함께 들고다니며

연주 직전 타올로 신나게 닦은 후 그 의자에 앉아서 연주를 했답니다.

 

이 의자는 보통 피아노 의자보다도 훨씬 낮아서

마치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몰 때 나오는 자세로

연주를 해야만 했었어요..

 

 

또 3대 테너 중 한명인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 이탈리아,1935~2007)

꼭 공연 전에 무대 뒤에서 굽은 못을 주워야 성공적인 공연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어요.

그래서 주최 측에서는 늘 파바로티가 무대에 오르기 전

굽은 못을 여기저기 떨어뜨려 놓았다고 해요.

 

 

 

<레고 파바로티,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ilike/5908448352/>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의 피아니스트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Sviatoslav Theofilovich Richter, 1915~1997)의 경우

암보는 청중을 속이고 음악을 무미건조하게 만든다고 표현하며

악보를 보고 연주하는 것을 고수했답니다.

 

또한 무대의 조명을 거의 켜지 않은 채 연주를 했어요.

깜깜한 무대에서 한가닥 빛으로 악보만을 비추게 하는 그의 연주는

온전히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청중들에게 새로운 감동을 들려줬다고 합니다.

 

 

 

이 모든 방법보다 효과적인 건 바로 긍정적인 생각연주 후의 관객들의 호응이겠죠?

 

 

전 개다리 사건이 일어난 연주 후

앞으로 연주에 무대공포증이 심해지면 어떨까 걱정을 했었지만

 

넌 로봇이 아니니까 실수 할 수도 있어.

너가 연주하는 순간의 감정과 음악에 충실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겠다란 생각을 가지고 연주에 임하렴.

 

이렇게 위로해주신 당시 교수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겼어요.

 

그 이후에는 무대에 대한 공포증이 생긴 적도 없고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준비를 충실히 하게 되었어요.

 

물론 저도 사람이니 작은 실수를 하긴 하지만요^^;

 

 

 

이렇게 연주자들은 무대 위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자기 자신과 공포와 싸우기도 하고 징크스를 갖게 돼서 집착하기도 한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모든 분들께 부탁하고 싶은게 한가지 있어요. 

크던 작던 연주회나 연극, 뮤지컬 등의 공공연 보러가시면

이렇게 고군 분투를 하고 있는 음악가들과 배우들을 위해

 

"공연 중에 집중해서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기"

"한 곡이 끝난 후 큰 박수로 응원해주기"

"공연이 끝나고 난 후 큰 박수를 퇴장할 때까지뿐만 아니라

커튼콜과 앵콜을 할 수 있도록 오래 쳐주기"

"브라보(남자에게)/브라바(여자)/브라비(다수)를 외쳐주기"

 

이것이 바로 청중이 해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보답이고,

음악가들과 배우들이 무대 공포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기도 하며

또 그들이 연주나 공연이 끝난 후  가장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 일이니

박수를 아끼지 말아 주세요.

 

박수는 건강에도 좋으니 꼭 길게 길게~!!!

 

 

 

 

마지막으로 올리는 영상은

지난 수요일, 부평아트센터에서 문화가 있는 날 공연 중

고군분투를 하고 있는 저와 제가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파소 앙상블” 의 연주입니다.

 

1시간의 다양한 레퍼토리의 곡들 중 렛잇고(Let it go)를 올리는 이유는 

아이들이 소위 말하는 "떼창"으로 레딧꼬~~가 너무 귀여워서랍니다..^^;;

 

시끌시끌 하긴 하지만 엔돌핀이 느껴지는 영상을 들려드리며 이번 칼럼을 마치겠습니다.

 

 

다음 칼럼은 전설이 된 사랑에 대한 주제를 다뤄보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 언제나 그렇듯 궁금한 점은 댓글이나 www.soipark.net 이나 tschiny@hanmail.net 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