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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매달 2, 4번째 주에 “영화 속 잊혀지지 않는 클래식 명곡” 칼럼으로 찾아오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 쏘냥 (박소현)입니다.
저번 “판타지아 (Fantasia) 시리즈”에서 다뤘던 인터미션 속에 깜짝 등장한 “Soundtrack”의 이야기를 이어 오늘은 판타지아 1940의 2부이자 판타지아 1940의 5번째 클래식 작품은 베토벤의 6번째 교향곡인 전원 교향곡입니다.
인터미션 속 사운드트랙이 퇴장하고 나면 “딤스 테일러 (Deems Taylor, 1885~1966)”가 베토벤의 작품과 영상에 대한 작품 설명을 하는데요. 베토벤의 작곡 의도를 어떤 식으로 재해석해서 영상에 풀어놓았는지를 간략하게 이야기 해주고 있습니다.
음악의 성인, 악성 “루드비히 판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은 독일의 “본 (Bonn)”에서 태어나 평생을 병마와 싸우며 투병하다 오스트리아의 “빈 (Wien)”에서 사망한 고전의 완성과 낭만의 정립을 상징하는 작곡가입니다.
귀가 점점 멀어가다 30대 후반 완전히 청력을 잃게 되었던 베토벤이 유서를 쓰고 후에 교향곡 5번 “운명”을 작곡, 초연을 하며 귀머거리가 되었어도 운명과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였던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가 요양을 하며 유서를 쓰기도 하였으며 운명 교향곡같은 그의 대표작들을 작곡했던 비엔나 근교 도시 (현재는 비엔나의 한 구로 포함되었습니다.) “하일리겐슈타트 (Heiligenstadt)”에서 그는 그의 나이 38세인 1808년에 운명 교향곡과 함께 작곡한 작품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다뤄볼 작품인 교향곡 6번 전원 교향곡입니다.
무거운 분위기의 5번 교향곡 “운명”과 달리 당시 하일리겐슈타트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 듬뿍 들어있는 듯한 이 작품은 베토벤이 “전원 생활의 추억”이라는 제목의 공연을 위해 위촉을 받아 1807년 여름부터 1808년 여름까지 1년여의 시간 동안 하일리겐슈타트에서 보고 느낀 시골의 모습을 본따 작곡한 작품입니다.
“전원 생활의 추억 (Erinnerung an das Landleben)”라고 직접 곡에 대한 설명을 남긴 베토벤, 그의 “표제 음악 (Program Music)”의 형식을 완성시키는 작품이 바로 이 전원 교향곡인 것을 알 수 있으나, 베토벤 자신은 이 작품이 “표제”, 즉 대상이 주제가 되어 음악으로 묘사되는 틀 안에 갇히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베토벤이 이 곡에 대해 추가로 “..음악을 그리기보다는 감정을 표현하는데 더 신경써야 할 것이다 (Mehr Ausdruck der Empfindung als Malerei)”라는 말을 남긴 것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토벤은 각 악장에 제목을 붙였는데요. 5개 악장에 붙어있는 제목은 아래와 같습니다.
1악장 Allegro ma non troppo : Erwachen heiterer Empfindung bei der Ankunft auf dem Lande
(전원에 도착했을 때의 깨어난 즐거운 기분)
2악장 Andante molto mosso : Szene am Bach
(개울가의 정경)
3악장 Allegro : Lustiges Zusammensein der Landleute
(농민들과의 즐거운 시간)
4악장 Allegro : Gewitter und Sturm
(태풍과 번개)
5악장 Allegretto : Hirtengesaenge-Frohe und dankbare Gefuehle nach dem Sturm
(농부들의 노래-폭풍이 지나간 후의 즐겁고 감사한 기분)
디즈니의 판타지아에서 3명의 연출가 “포드 비브 (Ford Beebe, 1888~1978)”, “해밀턴 러스키 (Hamilton Luske, 1903~1958)”, “짐 핸들리 (Jim Handley, ?~?)”는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 속 “하일리겐슈타트의 자연”을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올림푸스 산을 배경으로 페가수스, 제우스, 아르테미스, 헤파이스토스 등의 생물들과 신들의 모습으로 드라마틱하게 해석했는데요.
악장별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악장 “전원에 도착했을 때 깨어난 즐거운 기분”은 올림푸스의 아침이 밝아오며 아기 유니콘들이 올림푸스 언덕을 뛰어놀다가 뿔피리를 부는 요정 판들과 함께 춤을 추거나 숨바꼭질을 합니다. 페가수스들이 하늘을 날며 과일을 먹고 노닐 때 그게 부러웠던 막내 검정 페가수스도 날아보려 하지만 자꾸 실패를 하고 흰색의 엄마 페가수스의 도움을 받아 날 수 있게 되고 페가수스 가족들은 구름을 따라 하늘을 날며 백조처럼 올림푸스의 호수에 착지해 떠다니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2악장 “개울가의 정경”은 폭포 아래에서 아름다운 반인반마, 켄타우로스 요정들이 목욕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꼬마 요정들이 켄타우로스 아가씨들의 단장을 돕고, 호수 건너편에서 신랑이 될 청년 켄타우로스들의 등장에 더욱 분주해지는 꼬마 요정들의 모습과 사랑에 빠지는 처녀총각 켄타우로스들의 모습이 아름다운 현의 선율과 함께 우아하게 표현됩니다.
3악장 “농민들과의 즐거운 시간”은 포도를 수확한 켄타우로스들이 큰 통안에 넣으면 요정 판들이 뿔피리를 불며 다지고 뚱뚱한 술의 요정 “바커스”가 당나귀를 닮은 유니콘과 휘청이는 모습을 클라리넷과 호른으로 즐겁게 표현하며 즐거운 축제를 벌이는 모습을 흥겹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4악장 “태풍과 번개”는 즐거운 올림푸스 산에 먹구름과 비바람이 몰려오고 제우스가 구름 속에서 나타나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에게서 받은 번개를 올림푸스 산으로 던지고 켄타우로스, 페가수스, 판, 요정들은 혼비백산해서 달아납니다. 바커스와 그의 당나귀를 닮은 유니콘만이 술독에서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장난이 지루해져버린 제우스는 번개를 던지는 것을 멈추고 잠이 드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5악장 “농부들의 노래”는 켄타우로스의 나팔소리로 무지개 여신이 하늘과 올림푸스 전체를 무지개로 덮고 다시 평화로운 올림푸스의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모든 올림푸스의 생명이 언덕을 너머 타오르는 태양 속 하늘 마차를 탄 주피터가 서쪽 하늘로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보면, 어느새 밤의 여신 닉스가 하늘을 밤으로 뒤덮고 달의 여신이자 사냥의 여신인 아르테미스가 초승달 활로 별화살을 쏘아 밤하늘을 뒤덮습니다. 모든 올림푸스의 생명이 잠에 들며 밤이 깊어가는 것을 끝으로 곡은 끝이 납니다.
판타지아 1940의 지휘자 “스토코프스키 (Leopold Stokowski, 1882~1977)”는 이 디즈니의 해석을 100% 동의하지 않았으나 굉장히 흥미로운 해석이라고 생각하였다고 합니다.
스토코프스키의 말대로 음악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각자 다르게 해석될 것입니다. 베토벤 역시 틀에 갇혀버려 편향되어버리는 해석을 우려했을 것입니다. 음악을 들으며 표제나 다른 이들의 영상만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줄거리를 만들어 본다면 클래식 음악을 더욱 재미있게 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요? 디즈니의 연출가들이 신화 이야기를 표현했다면 우린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으로 우리만의 이야기를 그려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영화 속 잊혀지지 않는 클래식 명곡” 칼럼에서는 판타지아 그 7번째 시간으로 “폰키엘리의 시간의 춤”을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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